[사설] 의혹 부풀린 김태정씨

[사설] 의혹 부풀린 김태정씨

입력 1999-11-26 00:00
수정 1999-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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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金泰政)전 법무장관이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와 함께 지난 24일 ‘옷로비’ 의혹사건의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 사무소에 자진 출두했으나 문제가 된 옷로비 내사 문건의 출처와 입수 경로를 밝히지 않았다.검찰총장 재직시 자신에 대한 악성루머가 나돌아 여러 정보루트를 통해 문건을 입수한것으로 검찰 조직의 장래를 위해 출처와 입수 경로를 밝히지 않겠다는 것이다.그러다 그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그러면서 김씨는 “국민들의 의심을 사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며 “본인의 경우가 반면교사(反面敎師)되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한마디로 ‘사과’만있을 뿐 명쾌한 ‘해명’은 없다.

이제라도 진상을 숨김 없이 밝히는 것만이 그들 부부가 ‘국민에게 사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자진 출두했다는 김씨의 ‘고백’을 듣는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문건의 출처를 밝힐 수 없다면서도 “문건의 출처가 사직동팀이나 청와대는 아니다”는 말은 또 무슨 말인가.김씨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특검팀은여전히 문건의 출처를 ‘사직동팀’으로 추정하고 있는 마당이다.게다가 박주선(朴柱宣)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김씨 부부에게 특검 자진 출두를 권유했다고 한다.결과적으로 김씨는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피치 못할 사정으로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고말았다.

이 사건에 대해 국민이 갖고 있는 의혹은 대충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것 같다.

첫째,거액의 외화를 도피한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최순영(崔淳永)전 대한생명 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당시 검찰총장의 부인 연씨에게 ‘옷로비’를 벌였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도를 종합해보면 특검은 이 사건의 진상을 어느 정도 밝혀낸 것같다.다만 연씨가 문제의 호피 무늬 반코트 값을 이씨가 대신 내줄 것을 기대하고 갖고 있었는지를 밝히면 된다.

둘째,사직동팀이나 검찰이 전직 검찰총장이자 현직 법무장관의 부인이 관련된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하려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특별검사법은 ‘옷로비’ 의혹사건에 직접 관련된 사안만을 수사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특검이 축소·은폐 혐의까지 수사하기에는 난점이 있을 듯하다.

다음으로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공조직을 동원해 입수한 수사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씨에게 책임을물어야 한다고 본다.이같은 의혹에 대해 특검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1999-11-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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