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갑수 가스공 사장(공기업 최고경영자에 듣는다)

한갑수 가스공 사장(공기업 최고경영자에 듣는다)

박희준 기자 기자
입력 1997-04-28 00:00
수정 1997-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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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업식 신경영」 순조… 민영화 시기상조”/경제성 낮아 민간투자 한계… 토대구축부터/안전관리 최우선… 교육·SW투자 대폭 확충

□대담=권혁찬 경제부 차장

요즘 한국가스공사에는 민간기업 못지않게 경영혁신의 바람이 세게 분다.임직원을 다잡으며 전면에 나서 진두 지휘하는 한갑수 사장에게서 관료출신(경제기획원 차관)의 냄새를 맡기 어렵다.노사협조도 모범적이다.한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영방식과 「가스공사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등의 공사장래에 대한 생각들을 쏟아냈다.

­여전히 건강하신 모습입니다.

▲예,새벽 4시쯤 일어납니다.한시간 가량 뜁니다.78년 국회의원(10대)에 당선됐을때 친구가 당선 축하로 「특별한 양복」을 하나 선물한 게 있는데 지금도 맞습니다.

­불황때문에 민간기업들은 난리입니다.공사경영에도 불황여파가 있습니까.

▲가스,특히 도시가스 쪽의 소비가 줄고 있습니다.올해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10% 이상 줄 것 같습니다.

­공사수지에도 영향이 있습니까.

○1분기 원가손 1천4백억

△1·4분기 국제유가와 환율이 많이 오른 반면 국내 가스판매가격은 고정돼 있어 1천4백억원의 원가손을 봤습니다.아시다시피 가스도입 가격이 국제유가에 연동돼있지 않습니까.3월 25일 도매가격 15.4%,소비자 가격을 10% 인상했습니다.인상요인중 2.8%는 회사내부 경영합리화로 흡수했습니다.가스 값을 올려 국민들에게 죄송하지만 공사수지가 악화되면 종단에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에너지 값은 그때 그때 현실화해야 합니다.때문에 LNG(액화천연가스)가격을 국내 유가와 연동시키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공사의 「KOGAS」 경영혁신운동은 잘 돼갑니까.

▲지난해 3월 제2창업을 위한 시도로 경영혁신을 단행했습니다.안전관리,경영혁신,기술선진화,사업다각화,직원만족 경영 등 5개분야에 걸쳐 추진해오고 있습니다.이 중 안전관리는 공사의 절대적 가치기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공사의 이익이 몇천억원이 나고 공급을 몇만t 하면 뭐합니까.아현동 사고와 같은 것이 나면 물거품입니다.고객만족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안전관리이고 그 다음이 고품질의 LNG공급입니다.세계적인 안전관리회사인 미국의 모빌사를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안전관리 5개년 계획을 세워 교육과 소프트웨어에만 1백33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모빌은 안전사고율 제로입니다.경영관리 쪽의 경우 공기업중에서는 처음으로 학력제한을 없애고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관리를 능력위주로 바꾸었습니다.작으면서 강력한 본사와 현장 중심의 사업부제로 바꾸고 결제단계를 과거 7단계에서 팀제를 도입,3단계로 축소했습니다.가령 사장이 초당 8원90전,대졸 신입사원은 3원90전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초관리 경영과 스피드경영의 마인드도 주지시키고 있습니다.매사에 「먼저,빨리,제때,자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결재 예약제도 운용중입니다.

­기술개발과 사업다각화를 위해 추진하시는 일은.

▲가스관련 기술개발을 위해 생산과학기술원에 연구개발 5개년 계획을 의뢰해놓았습니다.지금까지 인천 인수기지 등의 탱크와 배관공사는 외국기술에 의존했습니다.시설투자에 3백70억원,부지에 3백50억원을 투자,「초저온연구개발센터」를 건립 중입니다.우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중국 등에 수출도 할 생각입니다.과거에는 오일메이저와 금융회사가 합작으로 개발한 LNG를 들여왔으나 오만 도입분부터 지분참여를 했고 캐나다산의 경우 10% 지분참여할 계획입니다.개발은 물론,운영에도 참여함으로써 도입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입니다.LNG와 직접 관련된 폐냉열을 이용하는 연관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할 생각입니다.순전히 LNG와 관련된 분야의 진출로 문어발식 확장은 아닙니다.

­노사화합은 잘 됩니까.

○노사화합 모범 케이스

▲지난해 3월부터 상오 7시30분부터 출근해서 9시까지 집중근무제를 시행중입니다.이 시간에는 외부전화를 받지도 않고 걸지도 않습니다.노사화합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요.하오 4시 30분이후부터는 자기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처음엔 생활리듬이 깨진다며 직원들이 불평이 많았지만 최근의 조사결과 직원들의 85%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올 2월초 노동부 선정 214개 노사우수업체중 공기업으로 선정된 곳은 가스공사 뿐입니다.그것도 1등입니다.3년 연속 1월 8일과 12일 사이에 임금협상을 타결지었습니다.노조위원장이 대통령표창을 받을 만큼 노사협력이 잘됩니다.

­가스공사 민영화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영화돼서는 곤란합니다.정부방침은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출자회사로 전환토록 한다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그러나 전문 경영인의 정의가 애매합니다.2001년까지 수도권 외곽의 환상 가스배관망 건설과 인구 5만명 이상 지역의 LNG공급 계획이 있습니다.모두가 경제성이 없는 사업들입니다.서울서 춘천을 거쳐 원주까지 가스를 공급하려면 투자비만 2천5백억원이 듭니다.여기서 나오는 초기 5년간 매출액은 연 2백억원이 안돼 이자(연 2백50억원)에도 못미칩니다.누가 투자하겠습니까.민간기업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국민의 삶의 질을 생각하면 강원도 주민들도 청정연료를 써야 합니다.당분간은 공사는 공익성이 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사 민영화에 대해 전보다 입장이 강경해지신 것 같습니다.

▲강경해졌다기 보다 공사경영을 알고보니 그렇게 돼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무엇보다 중요한 안전관리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안전관리는 채산성여부와 관계없이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입니다.공기업이 안전관리비용을 투자로 보는 반면 민간은 비용으로 봅니다.안전관리 지출을 비용으로 볼 경우 가스 안전관리에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경쟁체제가 바람직한게 아닙니까.

○기술상 문제 선결돼야

▲진입장벽을 풀어 가스업을 경쟁체제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적으로 가능해야 합니다.전국이 하나의 환상망체제로 구축되면 인천·평택·남부의 인수기지에서 가스를 집어넣을수 있습니다.여기서 경쟁체제가 되려면 파이프라인의 공동이용이 돼야 합니다.다른 사업자가 LNG를 도입한 뒤 가스관에 넣어 다시 빼 쓸 경우 열량,압력,질량이 같아야 합니다.포철이 광양에 인수기지를 지어 광양과 포항에 가스를 공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가스는 압력에 따라 움직입니다.광양에서 넣은 가스가 포항으로 가지 않고 대전이나 목포로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이러한 기술상의 문제를 해결한 뒤에 배관운영회사를 설립해야 합니다.그 뒤에 민영화가 가능합니다.따라서 민영화는 시기상조라는게 제 생각입니다.출자기업 전환도 문제가 있습니다.전문경영인이 자율권을 갖고 경영을 할 경우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올리는 데만 주력하게 될 것입니다.한쪽에서는 요금을 통제하고 한쪽에서는 수익성을 올리려 한다면 안전관리에 문제가 생깁니다.출자법인 전환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물론 방향은 공감합니다.

­아이스하키부를 만드신다고 들었는데.

▲직원의 애사심과 신바람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태권도부와 여자핸드볼부를 만들었습니다.태권도부는 선수 스카웃이 끝났고 핸드볼부는 스카웃중입니다.인천 LNG 인수기지에 LNG에서 나오는 폐냉열을 이용,아이스하키 파크를 조성하고 있습니다.아이스하키부도 만들 계획이었으나 직원조사 결과 여자핸드볼이 좋다는 얘기가 나와 하키팀 계획은 취소했습니다.<정리=박희준 기자>

□「KOGAS 6.5.4」 운동

▲배경=2000년에 『세계일류의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 달성해야 할 계량목표를 제시하고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하기 위함.

▲내용

①2000년에 매출액 6조원=천연가스 판매량 2천만t 달성,안정적 도입물량 확보,전국공급망 적기완성,전국 천연가스 보급률 65% 확대

②2000년에 세계 5위 가스회사=2000년에 천연가스 판매량 2천만t을 달성하면 현재 세계 14위에서 British Gas Energy(영국),Rhr Gas AG(독일),SNAM(이탈리아),Gaz de France(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 가스회사로 진입

③2000년에 국내 4위 에너지 회사=2000년에 매출액 6조원을 달성하면 현재 국내 6위에서 한국전력,유공,LG칼텍스에 이어 국내 4위 에너지 회사로 성장
1997-04-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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