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지옥/이강숙 예술종합학교 교장(굄돌)

마음의 지옥/이강숙 예술종합학교 교장(굄돌)

이강숙 기자 기자
입력 1996-07-11 00:00
수정 1996-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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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에서 동대문쪽으로 내 차는 달린다.국립극장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동대문 직전에서 좌회전을 하고 싶다.그런데 교통법규가 좌회전을 금지시키고 있다.

나는 좌회전을 하지 못하고 직진을 한다.동대문을 지난 직후,종로 쪽을 향해서 조금만 차를 몰면 오른 쪽에 골목길이 나온다.나는 그 쪽으로 차를 몬다.오른 쪽 골목길을 조금 지나고 또 우회전을 한다.그리고 난후에 또한번 우회전을 하면 대학노 쪽으로 부터 동대문으로 향하고 있는 차들과 만나게 된다.동대문 직전에서 좌회전을 금지시키는 교통법규 때문에 나는 언제나 우회전을 세번 한후,국립 극장 쪽을 향하게 된다.이것이 내 차가 다니는 길이다.

어느 하루 직장 동료가 동대문 앞에서 좌회전이 가능하다고 했다.자기는 언제나 좌회전을 한다고 했다.원칙적으로는 버스만 좌회전하게 되어 있지만 승용차의 좌회전도 순경이 봐준다고 했다.나는 궁금했다.그 친구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었다.어느 하루 동대문 앞에서 겁을 먹은채로 좌회전을 해보았다.결과는 나를 놀라게 했다.순경이 보고도 차를 지나가게 해주었다.

나는 기가 막혔다.세번 우회전 하고살았던 그 동안의 삶이 우습게 생각되었다.나만이 우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나와 비슷한 사람이 서울 여기 저기에서 많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들이 가엾게 생각되기도 했다.신체적 지옥 보다 마음의 지옥이 더 괴롭다.나는 좌회전을 하면서 기쁘다기 보다 마음의 지옥을 경험했다.

지금 서울은 교통 지옥만이 아니다.새치기하는 차 때문에 고혈압 환자가 날로 늘어가는 것만이 아니다.교통질서를 나부터 지키자는 생각 끝에 「죽어도 새치기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이 친구는 귀한 친구가 아닐 수 없다.그런데 이 귀한 친구는 1주일 정도도 자기의 결심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고 한다.새치기를 하지 않고 있으려니 속이 뒤집혀서 하루도 더 이상 살수가 없었다는 것이다.그래서 다시 새치기의 삶으로 자기의 삶을 되돌렸다고 한다.오! 하느님,이런 친구의 마음을 되돌릴 방법은 참으로 없나이까.

1996-07-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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