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명백한 증거없이 정황 증거만 제시/재판부 범행동기·「사망시간」 등 인정안해
법원이 26일 치과의사 모녀 피살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심증이 가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없이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지난 81년 윤노파 살인사건의 고숙종씨,여대생 박상은양 피살사건의 정재파씨 등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과 동일한 원칙이다.
이번 사건도 경찰의 송치,검찰의 기소단계에서부터 무죄의 소지가 다분했다.남편인 외과의사 이도항 피고인의 범행을 입증할 만한 명백한 증거나 자백이 없었기 때문이다.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체검증결과 등에 기초한 법의학적 정황증거만이 제시됐다.
하지만 1심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정황증거를 받아들여 사형을 선고했었다.
그동안 재판과정에서의 핵심쟁점은 사망추정시간이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시반(사체에 나타나는 반점)과 시강(사체의 경직 정도),위 내용물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사망시간이 이피고인이 출근하지 않은 상오 7시 이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에 피고인은 상오 7시 출근하기까지 부인과 딸이 살아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시반의 형성시간은 사후 7∼8시간,시반의 고착시간은 사후 4∼12시간이라는 법의학적 이론에 따라 사망시간이 피고인의 출근시간인 상오 7시이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사체가 욕실의 더운 물에 담겨져 시강이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검찰의 사망추정시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살해된 최씨가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망추정시간과 연결시킨 것도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발화시간의 추정 증거로 제시한 컴퓨터 실험결과도 발화시간을 결론짓고 이에 맞춰 수치를 입력한 것이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범행동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부인의 불륜을 알았다는 것이 살해의 원인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이 제시한 각종 증거는 범행의 직접적인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라고밝혔다.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들은 『강력사건에서 명확한 증거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박상렬 기자〉
법원이 26일 치과의사 모녀 피살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심증이 가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없이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지난 81년 윤노파 살인사건의 고숙종씨,여대생 박상은양 피살사건의 정재파씨 등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과 동일한 원칙이다.
이번 사건도 경찰의 송치,검찰의 기소단계에서부터 무죄의 소지가 다분했다.남편인 외과의사 이도항 피고인의 범행을 입증할 만한 명백한 증거나 자백이 없었기 때문이다.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체검증결과 등에 기초한 법의학적 정황증거만이 제시됐다.
하지만 1심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정황증거를 받아들여 사형을 선고했었다.
그동안 재판과정에서의 핵심쟁점은 사망추정시간이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시반(사체에 나타나는 반점)과 시강(사체의 경직 정도),위 내용물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사망시간이 이피고인이 출근하지 않은 상오 7시 이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에 피고인은 상오 7시 출근하기까지 부인과 딸이 살아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시반의 형성시간은 사후 7∼8시간,시반의 고착시간은 사후 4∼12시간이라는 법의학적 이론에 따라 사망시간이 피고인의 출근시간인 상오 7시이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사체가 욕실의 더운 물에 담겨져 시강이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검찰의 사망추정시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살해된 최씨가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망추정시간과 연결시킨 것도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발화시간의 추정 증거로 제시한 컴퓨터 실험결과도 발화시간을 결론짓고 이에 맞춰 수치를 입력한 것이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범행동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부인의 불륜을 알았다는 것이 살해의 원인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이 제시한 각종 증거는 범행의 직접적인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라고밝혔다.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들은 『강력사건에서 명확한 증거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박상렬 기자〉
1996-06-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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