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딸 앙가라강(시베리아 대탐방:45)

러시아의 딸 앙가라강(시베리아 대탐방:45)

이호정 기자 기자
입력 1995-10-31 00:00
수정 199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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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호서 발원… 뱃길 1천8백여㎞/목재운반 최대 하상통로… 관광선도 운항/상·하류에 6개의 수전… 1천4백만㎾ 발전/인근 벌목장 우스치구트에 북한노동자 집단 거주

『「앙가라」는 옛날 시베리아의 늙은 추장 「바이칼」의 맏딸이었다.그녀는 아버지 바이칼의 말을 거역하고 무사인 「예니세이」에게 시집가버렸다』이 이야기는 앙가라강과 바이칼호 예니세이강에 얽힌 옛 시베리아의 전설이다.앙가라강이 흐르는 시베리아 중부 어느 마을에서도 이같은 전설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바이칼호에는 무려 3백36개의 크고 작은 강물이 흘러 들어온다.하지만 호수에서 강물이 빠져나가는 곳은 오직 한군데,이 것이 바로 앙가라강이다.그래서 「앙가라가 바이칼의 말을 거역하고」흘러나간다는 얘기다.길이 1천7백79㎞,유역면적이 46만8천㎦에 달하는 이 강은 바이칼호 남서쪽 끝 리스트비얀카에서 흘러나온다.이어 북동쪽 이르쿠츠크 분지를 가로지르고 협곡으로 들어가 브라츠크 우스치일림스크 보크찬스크를 차례로 지나 예니세이강 오른쪽 기슭에 다다른다.이 것이 바로 「예니세이에게 시집갔다」는 내용이다.

○예니세이강과 연결

시베리아의 큰 강들이 대개 그렇듯 앙가라강 역시 시베리아의 중요 하상교통로다.하상교통로는 바이칼호 이웃 이르쿠츠크를 기점으로 앙가르스크­체렘호보­브라츠크­예니세이스크로 이어진다.배들이 다닐 수 있는 지역만도 1천 5백㎞에 달한다.물론 이 교통로는 강물이 녹아있는 6∼10월까지만 이용이 가능하다.이 교통로는 목재·금속·소금을 운반하는 화물선이 애용하고 있으나 여름철에는 관광쾌속선도 많이 눈에 띈다.눈에 가장 자주 띄는 것은 목재운반선이다.우스치일림스크 브라츠크와 바이칼 이웃 도시에서 벌채한 목재들은 모두 이 하안교통로를 이용,이르쿠츠크에 부려놓은다.앙가라 강가에만 나가면 그다지 크지 않은 배들이 뗏목형식으로 수백m 길이로 묶어놓은 목재를 끌고 들어오는 광경을 목격한다.

특히 브라츠크와 바이칼호사이의 약 5백㎞는 하루종일 목재운반선간에 교통혼잡이 일어날 정도다.

앙가라 강의 중심도시는 브라츠크.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동쪽으로 약 1천㎞ 떨어져 있는 곳이다.브라츠크시로 들어가는 기차역은 파둔키예 파니기역(BAM철도)이다.이 역에서 내려 브라츠크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거리는 자작나무와 소나무 숲에 둘어싸여 끝이 없었다.도로마다 트럭이나 트레일러들이 원목을 싣고 가는 차량으로 붐비고 있었다.주택들은 겨울철에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원목을 잘게 잘라 이곳 저곳에 쌓아두고 있었다.「목재도시」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겨울철만 한시적 작업

이 브라츠크에서 북쪽 4백㎞쯤 가면 우스치구트란 마을이 나온다.동시베리아 최대 벌목장지역인 이곳에는 바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벌목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 사실은 취재팀이 브라츠크시를 취재하기 위해 빌린 승용차의 운전사 바실리 보로실로씨(42)가 확인해주었다.그는 『우스치구트에 북한이 러시아측으로 부터 임대한 벌목장이 있다』면서 『그러나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일한다』고 덧붙였다.그는 우스치구트에 자그마한 「조선인마을」이 있다고 했으나 「조선인마을」이 북한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살고 있는 마을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못했다.하지만 최근 들어 조선인 중국인 베트남인들이 이 지역에 조금씩 작업인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페레스트로이카가 한창 전개되던 지난 80년대 후반 때부터 이들 외국인이 터를 닦고 살기 시작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목재자원만이 앙가라강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브라츠크 동남쪽 2백㎞쯤 떨어진 곳에 체렘호보라는 비교적 생소한 시가 나온다.이곳은 1차대전 때만 해도 매년 2천만t의 석탄을 캐내던 곳이다.하지만 1차대전중 이 마을의 젊은 남자들은 대부분 징병됐다.때문에 채굴작업은 중지될 수 밖에 없었고 채굴현장,채굴장비들은 모두 쓸모없게 돼버렸다.19 18년,바로 이곳에서 러시아 혁명정부가 차르정부에 최종적인 승리를 얻어내자 마을로 되돌아온 젊은 병사들은 레닌에게 편지를 띄웠다.지속적으로 혁명과업 수행을 다짐한다는 내용이었다.『우리들은 최단시간안에 석탄 채굴을 재개할 것이며 이를 통해 전후의 황폐를 극복하겠다』는 결의에 찬 내용이었다.이후 이 마을은 옛 채굴량을 회복했다.하지만주민들은 실제로 석탄을 많이 캐면서도 집안에서의 땔감으로는 석탄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사용했다.러시아의 오래된 관습에 따라 이곳 주민들의 난방방식은 모두 나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4개 수전 더 생길듯

앙가라강은 상·하류에 모두 6개의 수력발전소를 갖고 있다.이르쿠츠크(66만㎾),브라츠크(4백10만㎾),우스치일림스크(4백50만㎾)발전소가 그것으로 이들이 앙가라강에서 생산하는 전력량만해도 1천4백만㎾에 달한다.이들 말고도 최근 하류에는 보크찬스크발전소등 3.4개의 발전소 건설계획들이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어 러시아 강가운데는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강으로 꼽힌다.특히 브라츠크 수력발전소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50주년 기념으로 설립된 것으로 지상최대의 인조저수지로 꼽힌다.이 저수지의 깊이는 1백60m정도,길이는 5백70㎞로 이야·우다·오카등 다른 지류와의 운항조건을 크게 개선시키기도 했다.저수량이 워낙 엄청나 저수지의 보온효과로 이 지역의 기온을 변화시킬 정도라는 것이다.앙가라 강주변은 겨울에는 섭씨 영하50도,여름에는 영하30도 안팎이다.그러나 겨울철 앙가라강 주변도시의 기온은 다른 오지에 비해 5도이상 높은데 이는 바로 이 인공저수지 때문이라고 한다.앙가라강은 이제 「바이칼의 딸」이 아니다.그 보다는 「러시아의 딸」로 러시아 산업에 엄청난 부수효과를 주고 있다.
1995-10-3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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