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의 「모성상실 갈등」에 초점/힘 넘치는 연기·독특한 무대장치 돋보여/관념적 대사·지나친 희화화로 의미 반감
극단 유(대표 유인촌)가 창단작품으로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문제적 인간 연산」(이윤택 작·연출)은 조선조의 폭군 연산군의 삶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정통 역사극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즉위 3년까지만 해도 선정을 베풀었지만 1504년 생모 폐비 윤씨가 성종의 후궁 정씨·엄씨의 모함으로 내쫓겨 사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부터 포악무도한 광기의 인물로 변했다는 연산.「문제적 인간 연산」은 바로 이 지점을 출발로 잡는다.
막이 오르면 제주가 무덤속 주인공을 부르는 초혼의식이 거행된다.이어 대밭에서 들려오는 폐비 윤씨의 구음이 주문처럼 깔리고,어머니의 환상에 시달리는 연산(유인촌)은 악몽중에 침상에서 굴러 떨어진다.『또 꿈을 꾸셨소?』 연산을 보듬고 자장가를 불러주는 장녹수(이혜영).
도입부가 암시하고 있듯 이 작품은 연산녹수의 사랑타령에 치우쳤던 기존 궁중드라마에서와는 달리 모성상실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자연인 연산의 내면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폭군으로서 보다는 「혁명아」로 다뤄 있는 측면도 강하다.
이승과 저승을 수시로 넘나드는 무대형식이나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우리 전통 춤과 소리,격렬한 움직임의 신체연기 등에서는 이윤택 연출 특유의 강렬한 힘과 「우리 몸짓,우리 가락」에 대한 애착이 읽혀진다.고대 희랍극의 코러스가 극을 이끌어가듯 세사람의 내시들(정규수 김학철 정동숙)로 하여금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한 대목도 신선하다.
「문제적 인간 연산」은 정통연극으로서는 파격적인 2시간 40분의 대작이다.오페라공연처럼 중간 휴식시간도 있다.그러나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관념적인 대사가 주종을 이루는 늘어지기 쉬운 역사극임을 감안할때 적잖은 연극적 가지치기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연산이 보여주는 고뇌의 정점에서조차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극중 내시들의 지나친 희화적 언동은 연산에게서 어떤 비극적 숭고미를 기대했던 관객들을 실망시킨다.남용의 문제를 낳고 있는 「적」이라는 관형격 접미사를제목에 사용한 것도 우리말의 품위와 효용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준다.이 작품은 30일까지 월∼목 하오8시 금∼일 하오 4시·8시 공연된다.<김종면 기자>
극단 유(대표 유인촌)가 창단작품으로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문제적 인간 연산」(이윤택 작·연출)은 조선조의 폭군 연산군의 삶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정통 역사극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즉위 3년까지만 해도 선정을 베풀었지만 1504년 생모 폐비 윤씨가 성종의 후궁 정씨·엄씨의 모함으로 내쫓겨 사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부터 포악무도한 광기의 인물로 변했다는 연산.「문제적 인간 연산」은 바로 이 지점을 출발로 잡는다.
막이 오르면 제주가 무덤속 주인공을 부르는 초혼의식이 거행된다.이어 대밭에서 들려오는 폐비 윤씨의 구음이 주문처럼 깔리고,어머니의 환상에 시달리는 연산(유인촌)은 악몽중에 침상에서 굴러 떨어진다.『또 꿈을 꾸셨소?』 연산을 보듬고 자장가를 불러주는 장녹수(이혜영).
도입부가 암시하고 있듯 이 작품은 연산녹수의 사랑타령에 치우쳤던 기존 궁중드라마에서와는 달리 모성상실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자연인 연산의 내면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폭군으로서 보다는 「혁명아」로 다뤄 있는 측면도 강하다.
이승과 저승을 수시로 넘나드는 무대형식이나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우리 전통 춤과 소리,격렬한 움직임의 신체연기 등에서는 이윤택 연출 특유의 강렬한 힘과 「우리 몸짓,우리 가락」에 대한 애착이 읽혀진다.고대 희랍극의 코러스가 극을 이끌어가듯 세사람의 내시들(정규수 김학철 정동숙)로 하여금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한 대목도 신선하다.
「문제적 인간 연산」은 정통연극으로서는 파격적인 2시간 40분의 대작이다.오페라공연처럼 중간 휴식시간도 있다.그러나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관념적인 대사가 주종을 이루는 늘어지기 쉬운 역사극임을 감안할때 적잖은 연극적 가지치기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연산이 보여주는 고뇌의 정점에서조차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극중 내시들의 지나친 희화적 언동은 연산에게서 어떤 비극적 숭고미를 기대했던 관객들을 실망시킨다.남용의 문제를 낳고 있는 「적」이라는 관형격 접미사를제목에 사용한 것도 우리말의 품위와 효용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준다.이 작품은 30일까지 월∼목 하오8시 금∼일 하오 4시·8시 공연된다.<김종면 기자>
1995-06-2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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