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와 중앙의 정치력/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론)

지방자치와 중앙의 정치력/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론)

김석준 기자 기자
입력 1995-03-14 00:00
수정 1995-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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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문제를 둘러싸고 노출된 정치권의 낮은 정치력을 다시 확인한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여야 모두 국가의 장래를 멀리 내다보기보다는 당장의 당리당략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지방자치제와 관련하여 그동안 정치권이 보인 단견과 임기응변은 국민의 질책을 도저히 면할 수 없을 것이다.작년에 보인 시군통합과 광역시문제부터 잘못된 표본이다.근본적인 지방자치제도나 지방행정구조의 개편에 대한 진지한 논의조차 못하게 하고 부분적인 문제에 온 나라를 매몰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지역이기주의와 도농갈등을 해소하기는 커녕 도리어 이를 부추기는 듯한 행태를 보였던 점은 두고두고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점이다.

다음으로 이번 정당공천문제의 경우 여·야당의 경직된 태도는 정치권의 무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논의자체를 거부하고 의정사상 처음으로 의장공관과 부의장사저를 강제 점유,농성한 야당의 전략은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여당 또한 대통령의 외국순방기간동안 강제처리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야당을 자극한 일들은 잘한 일이 아니다.늦게나마 여야간에 협상이 추진되어 기초의원의 정당공천배제에는 합의하고 단체장의 경우 어느 수준에서 타결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대립을 보이는 등의 우여곡절을 보였던 점은 정치력의 가능성을 보였던 일이다.정치의 선진화가 대결이나 물리력에 의한 방식이 아닌 타협과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임을 확인하면서 우리정치의 선진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은 협상에 의한 정국타개를 기대했던 것이다.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정당공천문제만이 지금 온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유일한 일인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국민들은 정당공천의 장단점을 고려하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지방선거이전에 정비된 상태에서 지방선거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먼저 지방행정 계층구조전면개편이전이라 할지라도 지방자치제도가 성숙한 제도로 정착하기 위한 중앙과 지방의 기능재배분과 행정권한의 과감한 위임이 있어야 한다.그동안도 행정적으로 많은 업무들이 지방에 이관되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과연 지방정부차원에서 필요한 일들이 지방으로 이양되고 있는지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지방의회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자치입법권과 행정감독권을 대폭 강화하여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가능토록 제도화해야 하겠다.지난 4년간 지방의회들이 운영되면서 보인 좋은 기능들을 더욱 장려하고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이러한 조치들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자치단체장의 실질적인 권한과 기능도 지방자치에 걸맞게 재조정되어야 한다.현 제도하에서는 선거에 의해 단체장이 선출되더라도 자신의 정책공약을 집행하거나 행정업무를 집행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참모들도 공직에 임용할 수 없도록 되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비서외에 부단체장을 공무원 가운데 임명할 수 있는 여지는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선거를 통해 뽑힌 단체장이 자신의 공약을 추진할 만한 추진력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넷째,지방선거과정에 시민단체의 참여를 보장토록 제도화하여야 한다.지방자치가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당초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를 제한하고 있는 조치들을 폐지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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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이처럼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이 정당공천문제에만 매몰되어 있어서 국민들은 안타까울 뿐이다.하루빨리 당리당략이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지방자치제도가 정착하여 선진민주주의가 이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여야정당이 앞장 설 수 있기를 촉구한다.「복지부동」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정치권이 정치력을 높여 국민에게 봉사하고 생산적인 정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1995-03-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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