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발레단 파업위기/러 정부의 극장감독위 구성에 반발

볼쇼이발레단 파업위기/러 정부의 극장감독위 구성에 반발

입력 1994-12-13 00:00
수정 1994-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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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사임하라”… 개막시간 늦춰 태업

러시아 문화의 자부심이었던 볼쇼이 발레단이 사상 최초로 파업위기를 맞고 있다.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인들이 최근 볼쇼이극장의 사장인 블라디미르 코코닌의 사임을 요구하며 12월8일 발레 「지젤」의 공연을 20분간 지연시켜 버렸다.예술인들의 이날 집단행동은 정부가 극장운영을 총감독할 공공위원회를 구성키로한데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단원들은 전면 파업도 감행할 기세다.

한때 세계정상의 기량과 규율로 널리 알려졌던 볼쇼이 발레단이 사상 최초의 파업 직면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된 근본원인은 물론 소련이라는 사회체제가 일거에 무너진데서 찾을 수 있다.

지난 91년 옛 소련이 갑자기 붕괴한뒤 러시아에 휘몰아친 경제난이 볼쇼이극장의 예술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많은 일류 예술가들은 새로 불어닥친 자본주의의 찬바람속에서 생활고를 겪게 됐으며 이는 「돈을 벌어들이기 위한」 잦은 해외공연 여행으로 이어졌다.코코닌 사장은 이들의 행태를 비난했고 이때부터 코코닌과 볼쇼이극장내 유명 예술인들과의 관계는 소원해져 갔다.이 와중에서 볼쇼이극장을 개혁한다는 명목으로 러시아정부가 내년부터 공공집단감독체제를 도입하고 전면적인 계약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문제는 악화일로로 치달아 마침내 공연파업이라는 극단적인 국면에 이르게 됐다.

러시아정부가 도입하려는 집단감독위원회는 문화부장관을 비롯,극장사장,모스크바정부 대표,기타 볼쇼이극장 예술인을 제외한 문화예술인등 15명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주요 예술감독을 임명하고 극장운영방침을 결정토록 하는 것이다.

볼쇼이 예술인들은 『과거 볼쇼이극장 역사를 통해 집단지도체제는 존재한 적이 있으나 극장의 예술적 창조성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길게 못 갔다』고 지적하면서 예술인과 유리된 정책결정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연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극장지도부 뿐아니라 정부도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예브게니 시도로프 러시아 문화부장관은 집단감독체제가 과도기적인 조치라고 설명하고 볼쇼이는 혁명적인 방법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개혁돼야 한다는 소신을 거듭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0년동안 볼쇼이극장의 수석 발레연출가로 장기집권해온 유리 그리고리비치가 곧 자리를 떠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또한 저명한 발레연출가인 로마 오페라극장 예술감독인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가 볼쇼이 예술감독에 내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모스크바◎>
1994-12-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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