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취임 한달/경제팀「3각공조」 순조

홍 부총리 취임 한달/경제팀「3각공조」 순조

정종석 기자 기자
입력 1994-11-04 00:00
수정 1994-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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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재무·한 수석과 화합… 기획원 혁신 박차

경제팀의 조화를 강조하며 등장한 홍재형 경제부총리가 4일 취임 한달을 맞았다.재무장관에서 경제총수로 발탁된 홍 부총리는 그동안 솔직하고 온화한 성격에 특유의 합리성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이방 지대」인 경제기획원을 장악하고,개성이 강한 경제장관들을 여유있게 통솔하는 수완을 보였다.

경제팀 안에는 「한뚝심」(한이헌 청와대 경제수석)과 「박고집」(박재윤 재무장관)으로 불리는 양대 개성파가 있다.홍 부총리가 이들을 잘 포용하지 못할 경우 팀웍이 난조를 빚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었다.

홍부총리는 취임 초부터 유달리 「하모니」를 강조했다.세 사람은 지난 달 13일 상의클럽에서 김철수 상공장관까지 참석한 가운데 상견례를 가진 데 이어,20일에는 첫 만찬 회동을 갖고 「통음」하며 화합을 다짐했다.

한 수석은 이 자리에서 박 장관에게 『형님으로 모시겠다』며 깍듯이 예의를 표시했다는 후문이다.문민정부 들어 이경식·정재석 부총리에 이어 경제팀장이 세번이나 바뀌었지만 미묘한 경쟁관계인 두 사람이 「삼국지 식 결의」를 다진 것은 처음이다.

이들의 화합이 인화 측면의 결실이라면 경제 장·차관 회의의 요식적 운영을 지양한 것은 팀 운영의 실질적인 효율을 겨냥한 것이다.홍부총리는 이 달부터 실무자간에 사전협의가 끝난 안건은 경제 장·차관 회의를 생략,곧바로 일반 차관회의에 올리도록 했다.시간을 벌자는 것이다.

취임 때 기획원의 「뜬 구름식 정책」을 질타했던 홍 부총리는 「기획원 길들이기」를 계속하고 있다.은행장(수출입·외환은행) 시절의 경험을 되살려 재무부 때 폈던 간결한 문서작성 등 「사무혁신 3·3·9 운동」을 그대로 기획원에 이식했다.목적,가치,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는 사고 3원칙과 간결한 문서 작성,신속한 의사 결정,단순한 보고절차 등의 보고 3원칙 등이 그것이다.업무 9지침은 적극적인 PC 활용,서면 결재 극대화 등이다.

국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전원 삐삐를 지급했고 모 경제연구소에서 펴낸 「21세기를 항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라는 책을 필독서로 나눠줬다.

전형적인 외유내강 형인홍 부총리는 말수가 적으면서도 일을 꼼꼼하게 챙기고,부하 직원들을 편하게 해주는 장점을 지녔다.그러나 「쌀알처럼 흩어지는」 기획원의 스타일이 아직까지는 성에 차지 않는 것 같다.지난 번 국정감사 때 준비자료를 보고 『성의가 없다』며 다시 만들라고 불호령을 내린 적도 있다.

또 과거 개발경제 시대의 「행동가형」을 지양하고 「설득형」과 「시민형」의 조화된 행정가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이해관계 및 부처 이기주의의 조정을 위해 기획원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홍 부총리는 운도 좋은 편이다.무역수지 적자만 빼면 한 때 시끄러웠던 물가도 잡혔고,국내 경기가 저점을 지나 최소한 96년 상반기까지 확장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밝은 전망도 나왔다.한 관계자는 『순탄한 경제흐름에 힘입어 무난하게 경제팀을 이끌고 있으나 앞으로의 평가는 역시 부처 이기주의적 사안의 원만한 조정과 경제팀웍의 유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정종석기자>
1994-11-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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