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얘기 4시간/북­미제네바회담 뒷얘기

알맹이 없는 얘기 4시간/북­미제네바회담 뒷얘기

입력 1994-10-20 00:00
수정 1994-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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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진빼기 작전」 예사/연필·서류 집어던지며 감정싸움까지

미국과 북한은 지난달 23일 3단계고위급 2차회담을 연이래 지난 7일까지 25일동안 마라톤협상을 진행했다.양측은 이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감정대립 양상을 보이기도 하는 등 북한핵문제 일괄타결을 도출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미국과 북한은 한달 가까이 장시간 협상을 벌이는 동안 격론을 벌이면서 연필을 테이블에 집어던지는 등 감정대립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 외교소식통이 소개.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누구랄 것도 없이 문서를 집어올렸다 「꽝」 소리가 나도록 테이블에 내려놓기도 했으며 현안을 놓고 한참동안 격론을 벌인 뒤 『서로 마음이 변하면 연락을 하자』는 말만 던져 놓고 연락을 서로하지 않는 「결별 엄포」를 놓기도 했다는 것.

특히 북한측은 저녁때쯤 돼서 미국측에 「잠깐만 만나서 얘기를 하자」고 제의했으나 실제 회담에 돌입하다 보면 회담을 4시간 정도 진행시켜 저녁식사를 거르게 하는 등 상대방 「진빼기」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공식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는 시간에 해당분야를 담당하는 대표단의 전문가에게 「만나자」고 제의를 해와 가보면 막상 2∼3시간씩 붙잡고 알맹이 없는 얘기만 늘어놓아 신경을 돋우기도 했다는 것.

양측의 이같은 태도는 회담에서 하나라도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

특히 한국정부 대표단은 식당에서 저녁식사 주문을 막마치고 난뒤 회담내용을 브리핑할테니 오라는 미국대표단의 요청에 따라 저녁식사를 거르면서 브리핑을 듣기도 했다는 후문.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하루는 미리 저녁식사를 마쳤는데 미국측에서 식사를 함께 하면서 브리핑을 하겠다고 해 하루에 저녁식사를 2번씩 하기도 했다는 후문.

○…북한측은 미국과 회담 도중 『북한의 고위관리가 남한의 신문을 많이보고 있는데 우리의 움직임이 신문에 많이 보도돼 손발이 묶이는 결과가 되고 있다』며 『상세한 움직임이 나가면 우리가 곤란해진다』며 한국언론의 보도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북한측은 「회담이 깨지면 어떻게 하나」하고 무척 겁을 내는 듯한 인상이었다는 후문.또 북측은 평양을 의식한듯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는 것.

한편 회담이 답보상태에 있을 때 미국과 북한측이 『나는 그점을 확인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하는듯 마는듯한 발언을 하는 바람에 회담장 주변에서도 말하기 곤란한 상황이 오면 『나는 그점을 확인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말이 한때 유행.<제네바=박정현특파원>
1994-10-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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