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을뿐 침공 이미 개시”/“긴장 고조”… 위기의 아이티

“총성 없을뿐 침공 이미 개시”/“긴장 고조”… 위기의 아이티

입력 1994-09-15 00:00
수정 199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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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 봉쇄… 저항만 남아” 감도는 전운/다국적군 전력 월등… 군정축출 높앞에

아이티 침공이 아직 실행된 것은 아니지만 아이티국민들은 이미 심리적으로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느끼고 있다.지난 몇주간 미군 함정들이 아이티 해역에서 눈에 띄는 빈도가 잦아졌다.에반스 폴 포르토프랭스시장은 『총만 쏘지 않았을 뿐 이미 침공은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7월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아놓았으며 대아이티 경제제재 등 침공에 앞선 국제적·도덕적 절차를 밟아왔다.13일 현재 아이티는 모든 해상과 육로·공중이 완전봉쇄된 상태.따라서 현군부지도자들이 빠져나가고 싶어도 「출구」가 없는 상황이다.에반스시장은 이에 대해 『탈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한가지 뿐이다.그것은 곧 할 수 있는 데까지 저항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수도 포르토프랭스 해안은 15척의 함정에 둘러싸여 있고 미국방성관계자는 2척의 항공모함이 곧 이 지역에 가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육로의 경우 도미니카와의 3백60㎞에 이르는국경은 2천명의 도미니카군이 경제물자교류를 차단하고 있고 캐나다와 아르헨티나 등 다국적 감시원 1백여명이 이미 파견돼 활동에 들어가 있다.

일단 다국적군의 아이티공격이 시작되면 「짧은」 시간안에 「접수」는 끝날 것으로 보인다.아이티의 전력은 7천5백명의 군인과 세스나기 6대,초계정 12척이 고작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미국이 아이티에 대해 무력을 써야만 하는 이유와 배경은 간단하지 않다.

아이티는 뒤발리에 부자의 독재정권이 무너진 86년 이후에도 정치적 혼돈이 계속됐고 세계최빈국으로 전락했다.국민들은 「살기 위해」 미국으로의 대탈출러시를 이뤘고 지금의 쿠바사태처럼 이것이 미국을 정치적 곤궁에 빠뜨렸다.인권과 민주주의 회복을 구실로 미국은 그동안 아이티정부에 대해 금수조치등 각종 압력을 행사,효과가 없자 「무력」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뒤발리에 부자의 28년 독재가 남긴 것은 공포정치와 인권탄압,극심한 빈부격차와 관리들의 부정부패 뿐이었다.뒤발리에 몰락당시 6백만인구 가운데 80%가 연소득 1백30달러로 허덕였고국부의 40% 이상을 1% 미만의 뒤발리에 일가와 추종자들이 장악했다.이같은 정치·경제상황은 뒤발리에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미국은 인권탄압을 이유로 85년 5천4백만달러에 이르던 원조액을 해마다 줄여 나갔고 지난해 10월에는 급기야 대아이티 금수조치마저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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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침공선택이 국제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미의회는 이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있다.국내정치 위기 때마다 「카드」로서 인권문제를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다.침공이후도 복잡성을 띨 것이다.「인권」을 부르짖는 한편으로는 뒤발리에 독재정권을 28년간 「방치」한 미국.보스니아에의 유엔평화군 파견에는 소극적인 미국이 국익과 관련된 것에는 집착을 보인다는 비판도 있다.냉전이후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에서 그 발길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유민기자>
1994-09-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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