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경기부양책 지양해야한다/박대근 한양대교수·경제학(정경문화포럼)

단기경기부양책 지양해야한다/박대근 한양대교수·경제학(정경문화포럼)

박대근 기자 기자
입력 1993-06-18 00:00
수정 199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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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자 등 급증… 통화팽창 추세 뚜렷/가시적 부양보다 물가안정에 힘써야

정부는 신경제 1백일 계획의 일환으로 소위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는 등 직접적인 규제를 통해 임금과 물가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이같은 「고통분담정책」은 김영삼정부만의 독특한 정책은 아니며,이미 소득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종종 이용되어왔다.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임금과 물가가 어느 것이 먼저랄 것 없이 마치 나선형 계단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승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노동자는 노동자대로 물가가 올랐으므로 실질임금을 보장받기 위해 임금을 올리려 들고 기업은 기업대로 임금이 상승했으니 적정이윤을 보상받기 위해 제품의 가격을 올리려 든다.이는 노동자와 기업이 각각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한 결과이며,어느 쪽도 자발적으로 인상을 억제하지 않으려 하므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이 경우 맏형뻘인 정부가 나서서 노동자와 기업 쌍방에 임금과 가격인상을 자제하더라도 각자의 경제적 이익이 보장된다고 설득하거나 강제적으로 임금과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임금과 물가상승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것이 바로 소득정책이다.

신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통분담정책」은 단순히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 이외에도 그동안 과도하게 상승한 임금으로 말미암아 상실된 수출경쟁력을 회복시키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켜 경기를 부양시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실로 거품경제의 후유증에다 경기후퇴라는 중병까지 얻은 우리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매우 시의적절한 처방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이같은 소득정책은 결코 우리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그 이유는 소득정책이 장기적으로 시행될 경우 가격이 자원배분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어 경제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규제의 대상이 되는 부문과 규제받지 않는 부문간의 불평등의 격차가 심화되는 등 그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따라서 소득정책의 실시는 1년정도의 단기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임금과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에 의한 인위적인 규제가 없더라도 물가가 저절로 안정될 수 있는 경제여건을 조성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포함한 정부의 경제정책들이 물가안정이라는 정책목표와 조화가 되게끔 계획되고 시행되어야 한다.그런데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경제정책은 지나치게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겨냥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 짙다.공공투자지출을 비롯한 재정지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설비투자지원의 명목으로 정책금융마저 방만하게 운용되고 있다.특히 통화공급은 증시활황에 따른 해외자본의 유입과 경상수지의 개선 등으로 해외부문으로부터의 통화증발요인이 커짐에 따라 당초의 억제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이러한 통화팽창은 이미 올해들어 5월말까지 3.7%나 상승한 물가에 대한 추가적인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정부는 아직도 경제회복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당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최근들어 각종 경기선행지표가 회복의 기지개를 펴고 있고 특히 가장 먼저 향후의 경기를 반영한다고 하는 주식시장이 경기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등 경기는 회복을 위한 태동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의 경기활성화정책은 조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이제 경기회복은 경제의 자생적인 회복능력에 맡겨 놓아도 될 것이다.오히려 통화팽창 등을 통한 단기부양위주의 경제정책이 지속되는 경우 물가상승만을 부추길 우려가 있으며 이는 정부를 믿고 임금인상 억제에 동의한 국민의 고통만 가증시킬 것이다.



소득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맏형인 정부가 절제 있는 재정지출과 통화관리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공정하게 수행해야 한다.우리는 브라질 등의 경험으로부터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통화관리를 허술하게 하는 경우 소득정책은 실패하게 마련이라는 교육을 얻을 수 있다.이제 정부는 더이상 가시적인 경기부양에 집착하지 말고 물가안정과 경제체질의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통분담이 진짜 고통부담이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1993-06-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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