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소비자가 나서야/정신모 경제부장(데스크시각)

「물가안정」 소비자가 나서야/정신모 경제부장(데스크시각)

정신모 기자 기자
입력 1993-06-01 00:00
수정 199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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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지난 4월말까지 물가가 제법 올랐다.소비자물가는 전년말에 비해 3.3%가,생산자물가는 1.3%가 올랐다.

○거시정책엔 한계

새정부가 요란하게 내놓은 신경제 시책가운데 국민들이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물가이다.성장이니 국제수지니 해 봐야 그 결과는 시차를 두고 뒤늦게 나타나고 그 영향 또한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그러나 물가의 영향은 매일같이 장을 봐야 하는 가정주부에서부터 주머니돈으로 직접 점심을 사먹어야 하는 샐러리맨들까지 몸소피부로 느끼게 된다.이때문에 어느 기관의 여론조사이든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물가안정이라고 꼽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물가를 안정시키는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정부의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그러나 재정이나 통화등 이른바 거시정책들은 수많은 시장의 변수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많다.예컨대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나 재정을 바짝 죄어도 경기만 나빠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 풀레이션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권 시절에는 물가지수 관리를 위해 무리한 일을 서슴지 않았다.인상이 불가피한 품목이라도 정부가 업자를 윽박질러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특히 정부가 결정권을 쥔 공공요금에 이런 사례가 많았다.철도청이나 서울시 지하철의 만성적인 적자도 이 결과이다.

무리한 가격억제는 반드시 부작용을 수반한다.어느 한 때 인상을 미룬다 해도 그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져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행정력 동원 무의미

결국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안정은 의미가 없는 셈이다.예컨대 설렁탕 값을 묶어두기 위해 위생검사를 강화해 봤자 별 소용이 없다.값이 오르지 않는 대신 내용물이 부실해지는 것이다.

지금은 문민정부의 등장과 함께 과거와 같이 업자들에게 강요해 일시적이나마 물가를 억누를 수 있는 길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바로 소비자들이다.정부와 기업과 가계등 경제주체들 가운데 최종 소비자들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선진국의 집단적인 불매운동의 위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모든 주체 책임져야

그러나 소비자들은 자신의 이속에 따라 행동하게 마련이어서 이들을 특정한 목표에 맞춰 규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소비자단체의 활동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년전 리더스 다이제스트지는 물가가 어떻게 오르느냐를 풍자한 단편을 실었다.물론 픽션(허구)이다.「브라질의 경제학자 사르멘토는 양파값이 크게 오른데 분개해서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업자들을 찾아나섰다.야채장수는 도매상인을,도매상인은 재배농부를,농부는 비료값을 각각 인상의 요인으로 꼽았다.역추적은 이어져 프랑스의 비료업자,운임을 올린 선박회사,배값을 올린 함부르크의 조선소,강철 값을 올린 그리스의 제철소,제철소의 원료인 코크스 값을 올린 남아연방의 탄광업자,탄광에서 쓰는 공구 값을 올린 일본의 공장을 찾아간다.일본의 공구업자는 대답한다.『우리는 공구를 수출해 번 돈으로 브라질에서 양파를 수입하는데 양파 값이 비싸져 공구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소.도대체 브라질의 양파 값이 왜 그렇게 올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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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이처럼 다양하다.이를 막는 것은 모든 경제주체의 공동책임이다.특히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는 소비자의 현명한 대응이 즉효약이다.
1993-06-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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