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여수(외언내언)

상선여수(외언내언)

입력 1993-02-24 00:00
수정 199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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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여수」란 말이있다.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은것이다」란 뜻이다.「물은 온갖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않는다.뭇사람이 가기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가기를 좋아한다.그러므로 길(도)에 가깝다」고 설파했다.

그는 또 이렇게도 강조했다.「세상에 물같이 유약한 것은 없다.모난곳에 넣으면 모나고 둥근곳에 넣으면 둥글어진다.굽은길 만나면 굽어흐르고 곧은길 접하면 곧게 흐르며 더러운 것도 마다않고 받아들인다.하면서도 물과같이 견강한것을 잘 이겨내는 것도 없다.아무리 큰것도 흘러가게 하고 돌도 뚫으며 제방도 무너뜨리는가 하면 모든것을 포용할 수있다.이처럼 유한것이 강한것을 이기는 진리를 천하가 모르는바 아니지만 실행할줄을 모른다」

25일 퇴임하는 노태우대통령은 바로 그런 「물의철학」에 가장 충실했던 지도자의 한사람으로 우리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민주화요구가 충천했던 시기의 출발이었다.일시에 폭발한 국민적 욕구는 세상의 모든것을 삼켜버릴 기세였다.견강의 시대였다고나할까.어떻게 대응해야 할것인지 누구도 자신이 서지않던 불(화)의 시기가 아니었던가.

신짝처럼 큰 귀에 부드러운 웃음으로 부처님을 연상시킨다는 말도 들었던 대통령이다.클 태자에 우둔할 우자를 써서 크게 어리석다는 의미의 이름은 오히려 동양적 현자의 분위기를 느끼게도 했다.그런 분위기에 어울리게 그는 「약으로 강」을 이기고 「지고도 이기는」 물의 지혜로 대응했으며 인내로 성공을 거두었다.그렇지 못했던들 어떻게 되었을까.생각만해도 아찔한 기분이 든다.그는 권위주의에서 민주화로 가는 시대적요구에 절묘하게 부합된 훌륭한 지도자였다.민주화의 달성은 노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소임이었으며 그는 누가 뭐래도 그소임만은 훌륭히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아마땅할 것이다.『수고 많으셨습니다.대통령각하』

1993-02-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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