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사찰 왜 실시돼야 하나(북한핵:11)

상호사찰 왜 실시돼야 하나(북한핵:11)

문호영 기자 기자
입력 1992-07-02 00:00
수정 199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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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술 뛰어난 북,「지하핵기지」의혹/핵통위서 규정마련 미루는 까닭도 의문서/IAEA사찰로는 확실한 검증에 한계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정기이사회에 보고된 북한핵에 대한 임시사찰(Ad Hoc Inspection)결과는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결론지어졌다.

IAEA는 7월중 한차례 더 임시사찰을 실시한뒤 조만간 북한과 보조약정을 체결,정기사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IAEA의 사찰은 북한이 제출한 사찰대상 목록상의 시설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의도적으로 누락시켰을 것으로 의심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사찰을 실시할 권한이 없다.

북한은 IAEA뿐 아니라 다른 어느나라에도 핵시설을 공개할 용의가 있으며 사찰대상목록 이외의 시설도 보여주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IAEA의 최초 임시사찰 결과 의심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짙어지기만 한 마당에 북한측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다른 모든 나라에,또 IAEA에 제출한 대상목록 이외의 모든 시설을 숨김없이 보여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북한이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문호를 열지 않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볼때 북한이 은밀한 장소에서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심증이 굳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의 핵개발에 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기 위해서는 북한핵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고,북한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당사자인 한국이 사찰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함께 핵무기 및 핵기지를 다른 장소로 이동,은닉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짧은 시간내에 불시사찰이 가능한 효과적인 사찰규정에 입각한 사찰이 되어야만 한다.

현재 북한에는 1만1천여개의 동굴이 있으며 그들의 땅굴 굴착기술 수준으로 볼때 지하핵기지를 건설할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또 90년 3월 녕변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추출한 소량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녕변이외의 장소에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또다른 재처리시설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북한이 소량이긴 하지만 핵폭탄 제조원료인 플루토늄 추출 사실을 선뜻 시인한 것으로 미루어 이같은 추측은 상호사찰이실시되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밖에 지난해말 구소련이 해체되는 혼란기를 틈타 50㎏정도의 플루토늄을 구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이와함께 15∼18㎏의 플루토늄을 자체 생산했다는 정보도 있다.

이같은 의혹은 IAEA의 사찰로는 규명이 어렵다.북한이 자발적으로 북한전역의 핵기지및 시설을 공개하지 않는한 IAEA로서는 사찰할 길이 없다.남북상호사찰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북한은 지난 30일 열린 제6차 남북핵통제공동위에서 핵무기및 핵기지를 사찰규정상의 사찰대상에 별도의 장으로 넣자고 고집하던 종래 입장에서 벗어나 남북핵통제공동위의 구성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삽입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실질 내용에서는 아무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사찰규정에 앞서 이미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의 채택과정에서 그들이 스스로 철회했던 이행합의서를 작성하자며 사찰규정마련을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

결국 북한은 남북상호사찰이 실시될 경우 그들의 은폐된 핵시설의 전모가 드러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북한은 경제난 타개를 위해 미국·일본과의 관계개선을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일은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핵문제의 해결을 들고 있다.그리고 핵문제의 해결은 남북상호사찰의 실시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남북상호사찰은 북한이 미일과의 관계개선을 학수고대하면서도 쉽사리 수용하지 못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에서도 나타나듯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는데 있어 필수요건인 것이다.<문호영기자>
1992-07-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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