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1-05-22 00:00
수정 1991-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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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결한 몸과 마음으로 자비와 광명을 기원하면서 부처님께 등을 바치는 것은 불자로서는 최상의 영광. 그래서 해마다 4월 초파일이면 전국의 크고 작은 절에는 손에 손에 등을 든 신도들이 줄을 잇고 산사는 온통 법열로 충만해진다. 연등불사는 「자등명 법등명」이라는 부처님의 법어에서 비롯됐다. 「자신의 마음을 진리로 밝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연등불사가 처음으로 봉행된 것은 신라 진흥왕 때. 당시 호국을 기원하는 「백고좌법회」가 열렸을 때 그 주위에 만등을 단 것이 효시였다. 이후 고려시대까지 연등불사는 왕이 직접 주관하는 국가적인 의식으로 봉행됐으나 불교가 조정의 극심한 탄압으로 시달렸던 조선조 때에는 서민의 축제로 탈바꿈됐다. ◆등의 종류는 한둘이 아니다. 동국세시기에 기록된 것만도 29개나 된다. 요즈음 많이 사용되는 것은 팔각등,육각등,연등,봉황등 정도. 원래 등은 집에서 만들어 오게 되어 있지만 요즈음에 와서는 절에서 모두 만들어 제공하고 신도들은 등값으로 얼마를 시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이것이 경건한 연등불사의 뜻을 변질시키고 있다. 일부 큰 절에서는 이 불사를 축재의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신도가 제일 많은 서울 D사의 경우 4월 초파일 하루에만 등값으로 거두어들이는 돈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이라고 해서 같은 값이 아니다. 하나에 1백만원짜리가 있는가 하면 5천원짜리도 있다. 그래서 등값은 신도들의 불심을 재는 저울이 되기도 한다. 힘이 좀 있고 가진 것이 많은 신도의 호화로운 등은 법당 안에 매달리고 힘없고 가난한 신도의 볼품없는 토시 등은 후미진 곳에 매달린다. 그래서 힘없고 가난한 신도들은 부처님 오신 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금전만능의 시대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인지 모르지만 산사에서 만이라도 이런 장삿속을 몰아내는 방법은 없을까.

1991-05-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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