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처리」 한파/무력감 속 얼어붙은 정치권

「사법처리」 한파/무력감 속 얼어붙은 정치권

김명서 기자 기자
입력 1991-02-12 00:00
수정 1991-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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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 관련 2∼3명 구속설에 위축/수사·여론만 지켜볼 뿐 “무책” 자탄

11일 국회상공위 뇌물외유 사건으로 평민당의 이재근·이돈만의원과 무소속의 박진구의원이 구속된데 이어 수서 택지특혜분양 의혹사건과 관련된 5명의 여야의원들도 뇌물수수 사실이 밝혀지면 적어도 2∼3명은 구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면서 정국은 냉각기류속에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는 모두 속수무책으로 검찰의 수사진전과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뿐 구체적 대응책을 못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 정치권은 당초 ▲특별분양의 백지화 ▲청와대 장병조비서관의 구속 ▲박세직 서울시장경질 등의 조치로 사태가 진화되기를 희망하는 눈치였으나 상황은 악화일로를 치닫는 느낌이다.

게다가 뇌물외유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원을 세 명씩이나 한꺼번에 구속하는 「고단위 투약 처방」을 쓴터라서 그보다 훨씬 사회적 파장이 큰 수서사건의 깨긋한 마무리를 위해서는 정치권이 어떤 형태로든 다시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조정되고 있다.

정치권의 현재 분위기는 일단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며 검찰수사를 지켜본다는 것이나 수서의혹과 관련해 의원들의 대량 구속사태가 벌어진다면 13대 국회 자체가 계속 존속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노태우대통령의 「성역없는 수사」 지시에 따라 청와대·행정부·관련기업·언론뿐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의혹도 한점 남김없이 수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정치권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무리하게 펼칠 경우 자칫 정치판 자체가 깨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아래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명백한 로비자금수수가 입증된 경우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라고 한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따라 정치인에 대한 검찰 소환은 건설부·서울시·한보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난뒤인 설날연휴 이후로 늦추어질 전망이지만 소환이 곧 구속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소환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오용운 국회건설위원장,김동주·이태섭의원(이상 민자) 이원배·송현섭의원(이상 평민)중 2∼3명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에측이 관·정가 주변에서 무성하다.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없지만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건설부장관과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포함,분위기 일신을 위한 소폭 당정개편도 예상되고 있다.

수서파문으로 의원들에 대한 추가구속 사태가 생길 경우 13대 국회에서 구속된 의원수는 10명을 넘어서게 된다.

이 때문에 여야 일각에서는 『13대 국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튀어나오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정치권의 전반적 분위기가 침잠된 상황에서도 파국으로 가기보다는 나름대로 다른 활로를 찾아내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금년 상반기로 예정된 지자제선거 정국이 시작되면 선거열풍에 휩싸여 과거의 오점이 씻겨내려갈 수도 있고 내각제나 부통령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문제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면서 국민의 관심이 이번 문제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양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 정화노력이 강화되면서 앞으로 정치자금조달 등이 상당부분 양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민자당은 수서사건과 관련한검찰의 수사가 어느선까지 확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관망적 자세를 취하느라 장기 정국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은 자제.

당내에서는 수서파문에 대한 관심을 선거정국으로 돌리기 위해 기초지방의회선거는 3월에 실시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선거전에서 수서문제가 다시 이슈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 때문에 6월 기초·광역 동시선거 주장이 아직 우세한 실정.

민자당은 수서파문이 마무리되면 강도있는 자정노력,개혁입법 마무리,물가고해결 등 민생정국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태세이나 이 정도로 그간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떨치긴 힘들 것이란 의문이 남아있는 상태.

민자당은 11일 확대당직자 회의에서도 수서문제에 대한 공식논의는 자제한채 박희태대변인이 『석고대죄하는 자세일 뿐』이라고 밝히는 등 국민에 대한 사죄자세를 유지.

그러나 건설위 청원심사소위 위원으로 검찰의 소환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동주부총장은 당직자 회의에서 『여론재판으로 미리 죄인처럼 단죄하는 것은 정말 억울하다』고 하소연.

민자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수서문제와 관련한 당정협의 당시 서울시에서 특별분양이 가능하다는 법적 근거서류를 보내달라고 민자당측에 요청했으나 거절한바 있다』고 소개하면서 서울시측이 민자·평민당에 이어 국회 건설위를 「이용」하려다 특혜분양이라는 악수를 둔 것같다고 주장.

○…평민당은 이날 뇌물외유 사건 관련의원들이 구속되고 수서사건 관련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수사가 구체화될 조짐을 보이자 박상천대변인을 통해 『이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려는 군사문화적 발상에서 비롯된 중대사』라고 주장하며 국정조사권 발동을 여당에 촉구했으나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

이에 따라 이날 하오 열린 평민당의 총재단회의는 뇌물외유 사건에 대해서는 『무역특계자금을 문제삼지 않고 세의원만을 구속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법집행의 형평성 시비로,수서사건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비리를 일개 비서관에 대한 처벌로 매듭지으려 한다』는 「축소·왜곡수사」 주장르로 종전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종결.

당내에서는 양대사건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 확산을 겨냥한 「싹쓸이 음모」라는 시각도 적지않으나 사안 자체가 「돈」과 직결돼 있어 대놓고 얘기하지는 못하는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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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주당도 이날 이기택총재 주재로 열린 총재단회의에서 수서의혹과 관련,『이번 사건 배후에는 여권고위층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개입의혹을 거듭 제기한 뒤 이날 하오에는 당 진상위원들이 수서지구 현장을 방문,지역주민들의 증언을 청취하는 등 당차원의 진상조사에 착수.<김명서·이목희기자>
1991-02-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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