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잊은 40년만의 부자포옹/축구인 이회택씨 평양서 아버지 상봉

말도 잊은 40년만의 부자포옹/축구인 이회택씨 평양서 아버지 상봉

방석순 기자 기자
입력 1990-10-11 00:00
수정 199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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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호털방서 밤새워 “지난얘기”

두손을 만지작거리며 계속 문쪽에 눈길을 주고 있던 리용진씨(63)가 벌떡 일어났다.

『회택이 아니냐,회택이구나』

리용복씨(58)도 달려가 이회택감독(44)을 얼싸 안았다.

10일 하오9시 고려호텔2층 회의실.

아버지 용진씨,삼촌 용복씨보다 늦게 홀에 들어온 이감독은 한꺼번에 다가온 아버지와 삼촌에 안겨져 이쩔줄을 몰라했다.

기억조차 희마한 아버지얼굴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

40년만의 부자상봉은 아들을 한눈에 알아본 아버지의 오열과 아슴푸레한 기억속에서 방황하던 아들의 생경함으로 더욱 아픈 장면이 계속되었다.

감정이 복받치듯 아버지는 울음을 터뜨리며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하다가 띠엄띠엄 한마디씩 말을 이었다.

『회택아,이게 40년만이구나』

『예,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야,회택아,다시한번 보자』

고려호텔2층 회의실은 이산과 상봉의 아픔이 진하게 퍼져있었다.

6.25전쟁때 의용군으로 나섰다가 북쪽으로 간 아버지와 4살때 생이별.

얼굴한번 못보고 말한번 듣지못하고 40년을 살아온 아들의 만남은 당초 하오9시께로 예정되었다. 그러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황해북도 신계군 정봉리 집단농장에서 일찌감치 달려온 아버지와 남북통일축구경기 한국선수단을 따라와 고려호텔에 묵고있던 이감독이 예정시간보다 3분먼저와 이들의 만남은 하오8시57분에 이루어졌다.

부자는 한순간 엉겨붙어 3분간의 억센 포옹으로 40년의 한을 풀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아버지를 알아보겠느냐』

『할아버지와 꼭 닮았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우리야 행복하게 산다. 못만날줄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할아버지는 6.25다음 다음해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실때까지 즐거울때나 슬플때나 아버지 이야기만 했습니다』

『자식걱정으로 편히 가시지도 못했겠구나』

말문을 튼 부자는 그제서야 일가친척의 안부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는 하루면 오갈 수 있는 갈이 40년만에 이어진 것을 원망하기도 했다. 이야기하면서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꼭 쥐고 어루만졌고 또 어루만졌다.

이날 40년만의 부자상봉은 전 국가대표축구팀 감독이었던 아들 이씨가 지난해 이탈리아 월드컵최종예선전때 북한의 박두익감독에게 아버지의 생사확인을 부탁,생존을 확인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이들 부자는 이날 밤10시35분까지 1시간40분동안 대화를 나눈후 일단 이감독이 묵고 있는 고려호텔22층 21호에 들어가 문을 닫고 밤새워 이야기를 계속했다.

○“형 조속상봉 기대”/이회택씨 삼촌

한편 경기도 김포읍 사우리에 살고 있는 이감독의 둘째 삼촌 이용섭씨(56)는 『TV화면을 통해 형님을 보니 기쁘기 짝이었다. 아직 63세밖에 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70세나 75세 노인으로 보여 안타깝다. 하루라도 빨리 형님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회택이가 평양에 갈때 부친께 드린다고 한복한벌과 사슴뿔을 가지고 갔다』고 전하고 『나는 20년전 어머니 환갑때 찍은 가족사진을 보냈다』고 밝혔다.

◎상봉부자 일문일답/“1천만이산가족 우리처럼 만나야”/이회택/“분단된후 처음 아들 보니 꿈만같아”/아버지

­(이감독에게) 아버지를분단이후 처음 만난 소감은.

▲이감독=아버지ㆍ삼촌과 만난 것은 대단한 영광이다. 현재 남한에 있는 이산가족이 남북한 합쳐 1천만명이나 되는데 이를 계기로 나혼자만이 아닌 천만이산가족이 이렇게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감독에게) 아버지와는 어떻게 헤어졌는가.

▲이감독=당시 4살인 나로서는 기억이 분명치 않다. 6.25동란이 우리를 갈라놓게 된 것이다. 서로 이념이 다르고 사상이 달라 아버지와 나는 남과 북으로 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에게) 우선 40년만에 아들을 만난 소감은.

▲아버지=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수령님과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분단이후 처음으로 아들을 만나게 해주셔서 기쁘기 그지없다. 고마운 은공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을 느끼고 있으며 40년만에 내아들 회택이를 만나고 보니 꿈만 같다.

­(아버지에게) 아들을 첫 눈에 알아볼 수 있었나.

▲아버지=어릴때 모습이 기억에 가물하다. 그러나 아버님(이감독의 할아버지)으로부터 회택이가 나를 닮았다고 하는 말씀을 들었다.

­(아버지에게) 아들의 생존소식을 언제 알았나.

▲아버지=지난해 8월 지도원이 찾아와 살아있다고 해서 알았다.

또 그자리에서 서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감독에게) 만나는 첫 순간 아버지임을 알아보았는가.

▲이감독=어렸을때 사진으로 보아왔고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월드컵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에서 북한의 박두익감독이 건네준 사진을 받아본 순간 아버지와 삼촌을 분명히 확인 할 수 있었다.

­(이감독에게) 이감독은 부자상봉의 큰 기쁨을 나눴는데 앞으로 이산가족간의 자유왕래에 대한 견해는.

▲이감독=이산가족의 만남은 남북 국민간의 염원이다. 북남통일ㆍ남북통일이니 하는 말이 안들리도록 좋은 여건이 마련되기를 소망한다.

북조선 사람들이나 남한사람들이 언젠가 단합되고 한나라가 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감독에게 집요하게) 현재 이산가족이 남북 합쳐 1천만명이 되는데 빨리 통일해야 한다는게 남북주민들간에 일치된 바람일줄 안다. 이감독의 입장에서 통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몫이 있다면 이에 대한 계획은.

▲이감독=통일은 정치하는 분들이 하루빨리 좋은 안을 내놓아 해결책을 찾고 이산가족도 서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평양=방석순특파원>
1990-10-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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