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반구대 암각화 두 달 넘게 침수…‘수심’에 찬 울산시

국보 반구대 암각화 두 달 넘게 침수…‘수심’에 찬 울산시

김태이 기자
입력 2020-09-26 10:03
수정 2020-09-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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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째 ‘자맥질’ 불구 해결 난항…내달 지역 국감 최대 이슈 부상

두 달 넘게 물에 잠긴 국보 ‘반구대 암각화’
두 달 넘게 물에 잠긴 국보 ‘반구대 암각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70여일째 물에 잠겨 훼손이 심화하고 있다. 빨간색 사각형 안이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장소. 암각화 전체가 물에 잠겨 있는 모습. 2020.9.26
연합뉴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두달여가 넘도록 침수돼 훼손이 가속화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언양읍 대곡천변 너비 10m, 가로 4m 크기의 반듯하게 선 절벽에 선사인들이 고래와 거북, 사슴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과 수렵·어로 모습을 새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암각화 유적이다.

암각화는 사연댐에서 대곡천 상류 4.6㎞ 떨어진 곳에 있어, 사연댐 수위가 53m(만수위 60m)를 넘으면 물에 잠기기 시작하고 57m가 되면 완전히 침수된다.

지난 7월 14일 많은 비로 사연댐이 만수위에 도달하면서 암각화도 침수돼, 70일이 넘은 26일까지 침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연댐은 홍수조절 기능이 없는 단순한 상수원 저장 댐으로 설계돼 댐에 물이 차면 상류에 있는 암각화도 자연히 침수된다. 따라서 댐의 물이 자연 방류돼 수위가 낮아져야 침수 신세를 면하게 되는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12월 25일 동국대 문명대 교수에 의해 발견됐다.

그런데 암각화가 있는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된 것은 이보다 6년 앞선 1965년이다.

이 때문에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50년 넘게 댐 수위의 높낮음에 따라 암각화가 침수와 노출을 반복하는 ‘자맥질’을 되풀이하고 있다.

암각화가 그려진 바위가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암각화의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암각화는 점토가 굳은 암석 셰일(shale)이 2억년 전 지각변동 때문에 발생한 고열로 겉면이 도자기처럼 굳어 생성된 변성암인 ‘혼펠스’(hornfels)‘ 위에 새겨져 있다.

쉽게 말하면 삶은 달걀처럼 겉은 딱딱한데 속은 물렁물렁한 점토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셰일은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면 쉽게 약해지는 특성이 있는 데다, 겉면이 훼손될 경우 틈 사이로 물이 드나드는 현상이 반복하면 그림이 흐릿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2010년 애초 그림의 24% 정도가 훼손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도 있고, 과거 맨눈으로 뚜렷이 식별됐던 그림들이 최근 들어 망원경으로도 살펴봐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암각화의 자맥질이 장기화하면서 울산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연댐은 울산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상수원으로, 사연댐 수위를 인위적으로 낮춰 암각화를 침수에서 건져내려면 대체 상수원 확보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그동안 암각화 보존을 위해 장기적으로 사연댐 수위를 조절하되, 대체 상수원 확보 등 울산권 맑은 물 공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암각화 침수 방지를 위한 사연댐 수위 조절 방안은 문화재청이 지금까지 내세우고 있는 주장이기도 하다.

시는 구체적으로 사연댐에 수문을 달아 수위를 낮춰 암각화 침수를 막고, 사연댐 물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지역에서 하루 7만t의 맑은 물을 공급받는 대체 상수원 확보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이 문제 해결의 관건은 환경부가 만든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 방안‘에 대한 영남권 지자체의 합의에 있다.

환경부가 지난달 이 방안을 공개하고 공론화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민감한 물 문제이니 만큼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을 좁히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는 암각화 보존 방안이 마련되면 암각화 및 대곡천 일대 세계유산 등재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지만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사연댐에 수문을 만들려면 최소 5년에서 최대 8년이 걸리는데, 시는 그사이 암각화 침수를 방지하려고 사이펀((Siphon)을 먼저 설치하려고 한다.

사이펀이란 한쪽은 길고 한쪽은 짧은 ’U‘자 형태 관이다.

펌프 대신 압력 차를 이용해 수면 높이가 다른 물(유체)을 다른 곳에 옮기는 용도로 활용된다.

비가 많이 와서 사연댐 수위가 암각화 침수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면 댐 물을 인위적으로 방류하는 장치인 사이펀을 임시로 설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사이펀 설치에 대해 댐 안정성 확보와 용역비 예산 반영 문제 등으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시 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는 그러나 울산권 물 문제 해결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암각화 및 대곡천의 세계유산 등재에 필수 조건임을 고려해 적극적인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송철호 시장은 자신이 공약이기도 한 이 문제를 위해 행정력을 최대한 결집하는 한편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에도 적극적인 지원 요청을 하고 있다.

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를 내달 열릴 울산시 국정감사에서 최대한 이슈화해 올해 중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다.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인 이상헌 국회의원(울산 북구)을 비롯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내달 13일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해 암각화 보존 및 세계유산 등재,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하는 등 정치권도 협조할 태세다.

울산시의회는 앞서 지난 22일 ’걸어보자 울산 한 바퀴‘ 행사의 하나로 여야 의원 15명이 반구대 암각화 및 천전리 각석을 방문해 암각화 보존의 중요성과 세계유산 등재 필요성에 공감하고 시의 방안 마련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반구대 암각화 침수와 노출이 장기화해 걱정”이라며 “올해 ’한국판 그린뉴딜‘에 낙동강 통합 물관리 사업을 꼭 반영해 암각화 보존과 울산권 맑은 물 공급 문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가 동시에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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