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히고 녹슨 ‘세월’에… 오열했다

긁히고 녹슨 ‘세월’에… 오열했다

입력 2017-03-24 01:20
수정 2017-03-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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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어제 10m 인양… 미수습 9명 가족 눈물

좌측 램프 걸려… 오늘 오전까지 제거 못하면 차질
1073일 만에… 모습 드러낸 세월호
1073일 만에… 모습 드러낸 세월호 침몰한 지 1073일 만인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선체 일부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곳곳에 녹이 슨 세월호와 양옆의 재킹 바지선 사이에 선체 견인을 위한 와이어들이 연결돼 있다.
진도 연합뉴스
“슬프다는 말로는 표현 안 됩니다. 저 녹슨 배 안에 내 자식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23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1.7㎞ 떨어진 곳. 미수습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어머니 박은미(48)씨는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를 바라보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1073일 만에 물 밖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을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일로 돌려놓았다. 일부는 오열했고, 몇몇은 넋을 잃은 채 녹슨 세월호만 쳐다볼 뿐이었다.

가족들은 인양이 진행되는 동거차도 앞바다에 배를 띄우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가족들은 이날 새벽 3시 45분쯤 선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소식이 들리자 술렁였다. 이후 5시 37분쯤 TV 화면에 선체가 나오자 미수습자 가족들은 오열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마음을 외면한 채 이날 밤늦게 인양이 지연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유가족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이날 오후 10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수면 위로 들어 올려지고 있는 세월호의 좌측 램프가 바지선에 걸려 절단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24일 오전 까지 램프 절단이 이뤄지지 않으면 25일에는 조류의 물살이 약한 소조기가 끝나 자칫 인양 및 시신 미수습자 수색이 다시 소조기가 시작되는 내달 5일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동거차도 보통굴산 중턱에 천막을 치고 3년을 기다린 유가족들은 슬픔과 함께 허탈함이 밀려온다고 했다. “이렇게 하루 만에 올라올 것을….” 세월호 희생자 김민정양의 아버지 김병준씨는 말끝을 흐렸다. 동거차도 주민인 임모(51)씨도 “이렇게 쉽게 끌어 올릴 걸 그간 왜 세월호를 물속에 두고 가족과 국민을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탄핵돼서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유가족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이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것처럼 대하던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 임요한(단원고)군의 아버지 임온유(55)씨는 “이제 다른 분란이나 의혹 없이 선체가 온전히 인양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고 정동수(단원고)군의 아버지이자 세월호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인 정성욱씨는 “세월호 선체가 완전히 인양되고 목포신항까지 세월호를 이동시킬 반잠수식 선박에 고정시킬 때까지 이곳에서 세월호 인양 작업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들은 2015년 가을부터 일주일에 3명씩 돌아가며 세월호 침몰 해역을 지켰다. 이날은 유독 날씨가 맑아 세월호 선체를 들어 올리는 재킹 바지선과 그 위를 걸어다니며 작업하는 인부들의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밤늦게 인양 지연 소식이 들리자 유가족들은 선미에 열린 램프를 소조기인 24일까지 절단하지 못할 경우 인양이 사실상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고 정예진(단원고)양의 아버지 정종만(49)씨는 “순탄하게 인양작업이 이뤄지길 바랐는데 안타깝다”면서도 “하지만 절단이 잘될 경우 인양이 무사히 이뤄질 수 있다니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고 애써 마음을 추스렸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수면 위 10m까지 떠오른 세월호의 인양 작업은 지장물 추가 조사 과정에서 해저면에 박혀 있던 좌현 부분의 선미 램프(차량 출입문 겸 받침대)가 잠금 장치 파손으로 열리면서 이를 제거하는 작업을 위해 인양이 중단됐다.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를 옮기기 위해서는 선체를 수면 위 13m 높이까지 끌어 올려야 하는데, 선미 램프가 열린 상태로는 세월호를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단장은 “세월호를 어렵게 수면 위 10m까지 인양한 상황에서 이번 소조기 내 인양을 완수하기 위해 현장의 상하이샐비지와 영국 TMC(인양 컨설팅 업체), 해수부 관계자가 수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잠수사를 투입해 선미 램프를 제거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램프 제거작업을 24일 아침까지 진행하고,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자정 전까지 거치된다면 이번 소조기에도 인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진도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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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7-03-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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