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성추행 학교 감사 안 한다” 하루 만에 발 뺀 조희연 교육감

[현장 블로그] “성추행 학교 감사 안 한다” 하루 만에 발 뺀 조희연 교육감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6-12-14 23:04
수정 2016-12-15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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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S여중에 대한 감사 계획이 없습니다.”

14일 시교육청의 발표를 듣고 귀를 의심했습니다. 전날 분명히 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할 것이란 긴급 보도자료를 받았는데 이건 무슨 소리일까 싶었습니다.

요즘 논란이 되는 서울 강남구 S여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학생들이 올린 글에는 친한 친구 사이라도 껄끄러울 행동이 많습니다. 교사가 학생에게 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할 내용입니다.

지난 8일 서울신문이 이를 보도한 이후 온 사회가 들끓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S중 성희롱 교사의 엄중 처벌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온라인 청원에 반나절도 안 돼 500명이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시교육청은 부랴부랴 조사에 나서더니 지난 13일 “경찰에 교사 8명을 수사의뢰했고, 감사도 착수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뒤에 감사 계획을 물어보니 “없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감사관실은 그 근거로 지난 3월에 조희연 교육감 지시로 만든 매뉴얼을 들었습니다. 이 매뉴얼에는 교사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교육청은 필요 시 특별장학 또는 감사를 실시한다’고 돼 있습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시교육청이 경찰 수사를 빌미로 껄끄러운 사건에서 발을 뺀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추행과 관련한 감사는 캐면 캘수록 더한 사실이 드러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교육청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지난해 7월에 발생한 서울 G고 교사들의 집단 성추행 사건 당시 조 교육감이 직접 임명한 감사관이 음주 감사와 욕설을 했던 일이 드러나 해임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건은 언론이 지켜보고 있으니 일단 행동을 취했지만, 굳이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더욱이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연관된 청담고 학사비리 사건을 대하는 태도와 비교돼 더욱 고개가 갸우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는 이례적으로 조 교육감이 중간감사 발표에 나서 핏대를 올리기도 했으니까요.

조 교육감은 이날 영하의 날씨에 청와대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교육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조 교육감에게 “성추행 교사들을 엄벌해 달라”고 외치는 여중생들의 목소리를 경찰 수사를 이유로 외면해도 될까요. “조 교육감이 재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행보를 한다”는 일각의 지적, 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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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12-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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