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제자 130명의 ‘비명’ 아무도 듣지 않았다

여교사·제자 130명의 ‘비명’ 아무도 듣지 않았다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5-07-30 18:54
수정 2015-07-3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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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교 교사 5명 성추행 파문

교육 당국의 무사안일한 대응으로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가 성추문으로 얼룩졌다. 여교사와 학생 등 피해자가 최소 13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교장은 성추행 피해 여교사의 문제 제기를 받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서울시교육청은 또 다른 사건의 가해 교사가 경찰의 수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될 때까지 진상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 교육 당국이 지난해 2월 이 학교 남자 교사의 동료 여교사에 대한 성추행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이후 벌어진 다른 교사들의 성추행과 희롱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교육청은 여학생을 성추행한 교사 A씨와 수업 중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교사 B씨를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해 또 다른 교사 2명 이상이 성추행 또는 성희롱을 한 사실을 파악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지난 14일 한 여학생이 A씨에게 특별활동시간 미술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이 학교 여교사로부터 제보받아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이 여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다수의 여학생과 동료 여교사들에게도 1년 넘게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A씨는 교내 성폭력고충처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교사 B씨는 자신이 맡은 교과목 수업 시간에 수시로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반별로 일부 여학생들에게 ‘황진이’ ‘춘향이’ 등의 별명을 지어 주고 수업 중에 자신이 연예인과 성관계하는 상상을 늘어놓는 등 광범위한 성희롱을 했으며 동료 여교사들에 대한 성추행도 수시로 저질렀다.

A씨와 B씨는 함께 형사고발된 뒤 지난 22일 직위해제 조치됐다. 문제는 이 두 교사 이전에도 몹쓸짓을 저지른 남자 교사들이 있었지만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성추행이 마치 ‘조직문화’처럼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이 학교의 또 다른 남자 교사 C씨는 회식 2차 노래방에서 동료 여교사를 강제로 끌어안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여교사가 적극적으로 반항했고 옷이 찢어지는 등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당시 여교사는 교장에게 곧바로 문제 제기했지만 교장은 ‘중재’를 한다는 이유로 징계 논의를 미뤘다. C씨는 사건 발생 1년이 넘은 올해 3월에야 다른 학교로 전출됐고 현재 버젓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전출은 학교장이 교육청에 요청해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교육청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별도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남자 교사 D씨의 경우 지난 2월 다수 여학생에 대한 성추행 혐의로 고발돼 서울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가 수사한 뒤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D씨가 최소 6명 이상의 여학생을 1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추행하는 동안 학교도 진상을 파악하지 못했고 교육청 역시 지난 4월 직위해제 전까지 특별한 징계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D씨는 3개월의 직위해제 기간이 지나고 나서 복직했지만 교육청의 요구로 곧바로 병가를 내 현재 학교에는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교육청 감사관실은 일련의 학내 성범죄 처리 과정에서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와 교육청의 초기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부실 대응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를 문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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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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