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의사인데 배달 좀…” 1천여만원어치 상품권 챙기고 도주
대학병원에서 의사인 것처럼 행세하며 훔친 수표를 사용한 40대가 경찰의 집요한 추적 끝에 덜미를 잡혔다.의사 행세 절도범
대학병원 의사인 것처럼 행세하며 훔친 수표를 사용한 40대가 범행 당시 의사 가운을 입고 빈 상자로 얼굴을 가린 채 모 대학병원 안을 다니는 모습이 폐쇄회로(CC) TV에 찍혔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얼마전 교도소에서 출소한 권모(40)씨는 지난달 11일 오전 10시께 대구 남구 한 주택에 침입해 안방 서랍장에 있던 100만원권 자기앞수표 18장, 귀금속, 현금 등 3천500만원어치의 금품을 훔쳤다.
신분 노출 없이 훔친 수표를 사용할 방법을 궁리하던 권씨는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대학병원을 생각해 냈다.
같은 달 22일 오후 1시께 대구시내 한 대학병원에 간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8층에서 신앙생활 공간인 원목실을 발견했다.
그는 원목실에 걸려 있던 의사 가운을 입고 인터넷으로 상품권 판매업소를 검색했다.
몇 곳에 전화한 결과 한 업소로부터 상품권을 배달해 준다는 답변을 들었다.
”○○병원 의사인데 바빠서 못 가니 병원으로 배달해달라”며 백화점 상품권 1천200만원어치를 1천150만원에 사기로 했고, 배달온 판매업자에게 자기앞 수표로 1천100만원을 결제했다.
그는 “나머지 50만원은 사무실에서 찾아서 주겠다”며 판매업자를 원목실에서 기다리게 한 뒤 자취를 감췄다.
권씨를 의사라고 믿고 기다리던 판매업자가 뒤늦게 속은 것을 알고 수표를 조회하자 도난수표라는 것이 드러났다.
경찰은 대학병원을 비롯해 권씨가 찍힌 폐쇄회로(CC) TV 50여개를 일일이 대조하며 동선을 추적한 결과 달서구 한 원룸과 이어진 것을 확인하고 지난 2일 권씨를 붙잡았다.
대구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권씨가 꼬리 잡히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머리를 써가며 범행을 했지만 결국 잡혔다”며 “훔친 상품권은 사채업자에게 처분했다고 해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기, 절도 등의 혐의로 권씨를 구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