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D-3… 가톨릭 신자·시민 VS 경호당국 의견 엇갈려
신자들과의 스킨십을 원하는 교황의 뜻을 이해 못한 과잉 경호인가, ‘A급 경호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책인가.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나흘 앞둔 10일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시인 이해인(오른쪽) 수녀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의 ‘헬로, 프란치스코’ 사진전에서 자신의 책을 들고 온 관람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교황이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복식 때 입을 제의(왼쪽)를 공개했다. 이 제의는 순교와 피, 성령을 뜻하는 홍색으로 기념 로고와 성작(포도주 잔), 칼을 형상화했다.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때 입을 제의(오른쪽)는 환희와 기쁨을 상징하는 흰색으로 비둘기와 올리브가지를 형상화했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일부 가톨릭 신자들은 대규모 ‘경호 작전’에 부정적이다. 시복식에 초청받은 신모(26·여)씨는 “교황의 참뜻을 헤아리지 못한 행동으로 일반인에게 거리감만 준다”면서 “시복식에 공식 초청된 것인데도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도록 하는 등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차모(27)씨도 “교황은 방탄차 대신 작은 차로 이동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소탈한 모습을 보였는데 당국이 너무 유난을 떤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경호가 특히 비(非)신자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해 교황과 가톨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허영엽 신부는 “시복식을 포함한 모든 행사의 경호는 교황청 전례 원칙과 기준을 따르는 것”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리는 점은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호 당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교황의 방문인 만큼 한 치도 소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 대학생 이모(당시 23세)씨가 교황 차량 쪽으로 뛰어들어 장난감 총을 발사했던 ‘악몽’도 무시할 수 없다. 강신명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상황에서 경호에 구멍이라도 뚫리면 조직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가톨릭계와 의견을 맞춰 방호벽 높이를 G20 행사(2m) 때보다 낮췄다”고 말했다. 또,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8년 미국 뉴욕을 방문해 카퍼레이드할 때도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한국의 경호가 유별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시복식 장소인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피해자 유족들의 농성 천막이 설치돼 있는 것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천주교 측이 유족들과 일시 철수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경찰이나 서울시로부터 시복식과 관련해 들은 말이 없다”면서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8-11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