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증거조작 의혹 檢 ‘셀프조사’ 논란

간첩 증거조작 의혹 檢 ‘셀프조사’ 논란

입력 2014-02-18 00:00
수정 2014-02-18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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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 담당 공안1부가 맡아

검찰이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34)씨의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위조했다는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태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검찰이 진상 규명을 이번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에 맡긴다고 밝혀 법조계 안팎에서 부적절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수사 협조를 하면서 유씨의 재판에 관여한 공안1부에 조사를 맡긴 것은 진상 규명 의지가 없고, 공정한 수사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총장 직속의 특임검사나 특별조사본부, 특별검찰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대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지난 16일 서울중앙지검에 유관기관과 협조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날 유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검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할 수 없다”면서 “특별검사를 도입해 신속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위조됐다고 밝힌 문건은 허룽시 공안국으로부터 받은 유씨의 ‘출입경기록’과 ‘허룽시 공안국이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발송한 공문’, 유씨 측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이 사실과 다르다는 ‘정황설명서 진위 여부에 대한 회신’ 등 모두 3건이다. 출입경기록을 포함한 2건은 양국 간 공식 통로가 아니라 국정원이 자발적으로 입수한 것이고, 나머지 사실확인서만 검찰이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을 통해 입수했다. 진상 조사는 우선 문서 3건의 어느 부분이 위조됐는지와 중국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한 직원, 국정원이 실제로 중국 기관으로부터 출입경기록을 발급받았는지를 밝히는 게 관건이다.

문건 입수에는 모두 국정원과 중국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는 데다 대북정보 수집을 위해 선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정원 정보원들이 다수인 점 등 때문에 이번 증거조작 파문은 국정원과 외교부로 확대될 전망이다. 위조로 결론 날 경우 누가 어떤 경로를 통했는지, 두 기관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등이 규명돼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선다고 해도 국정원과 외교부의 협조 없이는 실체 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에서도 국정원 측은 ‘정보기관의 특성상 밝힐 수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해 수사가 순조롭지 못했다.

유씨의 출입경기록은 ‘2006년 5~6월 유씨가 북한 보위부에 포섭돼 간첩 활동을 시작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강력한 증거다. 이 때문에 진상 조사로 증거가 위조라고 결론 날 경우 검찰과 국정원은 용공조작사건의 부활이라는 맹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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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4-02-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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