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일지 안썼다고 ‘빠따’ 맞았어요”

“밥 일지 안썼다고 ‘빠따’ 맞았어요”

입력 2010-11-02 00:00
수정 2010-11-0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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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벌 전면금지… 그러나 초등 운동부는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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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서울 은평구 A초등학교 축구부 K(12)군. “지난주 토요일에도 맞았어요. 코치님 말 안 듣는다고….” 같은 학교 G(10)군. “밥 일지(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밥 두 그릇 먹고 부모님 도장 받아오기) 안 써왔다고 ‘빠따’(몽둥이)로 맞았어요.”

1일 오후 3시 30분 관악구 B초등학교. “야 ××야. 목소리 크게 안 낼래.” 4~6학년 축구부 학생들의 훈련이 한창인 가운데 감독 김모(35)씨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열을 맞춰 운동장을 돌고 골대 앞에서 슈팅 연습을 하는 선수들은 감독이 호통칠 때마다 움찔움찔했다. 김 감독은 “아이들을 미리 잡아놔야 게임이 제대로 돌아간다.”면서 “서울시교육청에서 체벌을 금지했다고 하지만 누가 다 돌아볼 수도 없고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운동부의 체벌이 일상화돼 있다. 1일 시행된 시교육청의 체벌금지 조치가 ‘체벌 성역’으로 남아 있는 초등학교 운동부에서도 먹힐지 주목된다. 본지가 서울시내 초등학교 운동부의 체벌 실태를 조사한 결과 30%가 넘는 학교에서 감독(코치) 등에 의해 상습적으로 체벌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초등학교 운동부의 체벌은 무풍지대로 남을 공산이 크다.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서울지역 초등학교 34곳의 운동부를 방문, 학생·감독과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 체벌실태를 조사한 결과 12곳(35.3%)에서 체벌 사례가 확인됐다. 감독이나 선배들은 야구방망이 등 다양한 도구로 체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체벌을 당한 학생이나 부모가 이런 폭력을 문제 삼지 않는 사례가 많았고, 막상 신고하려 해도 알릴 곳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운동부 감독도 학생 인권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독이 심한 체벌을 하다 적발되면 다시 같은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아웃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는 “코치나 감독을 채용하기 전에 ‘체벌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의무계약서를 받고, 직무연수 프로그램에 참가시켜 학생 인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과 교수는 “(감독이) 아이들을 과도하게 체벌했을 때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학교 내부 또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익명으로 운동부 체벌을 신고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현용·윤샘이나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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