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가족 8인 “함미안 들어가 보니…”

실종자가족 8인 “함미안 들어가 보니…”

입력 2010-04-19 00:00
수정 2010-04-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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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이 얽혀 있고 한마디로 처참해요.우리 애들 순식간에 (배에서) 떨어져 나갔을 것 같은데…”

 천안함 희생 장병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 9명과 가족협의회 대표 2명 등 11명은 19일 오전 7시부터 평택 2함대 내 군항으로 옮겨진 함미 내부를 둘러봤다.

 시신은 못 찾았지만 함미 안에서 개인 소지품이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바람에서였다.

 애초 군 당국은 가족의 함미 수색을 무기분류 등의 작업이 완료된 뒤에 허용할 방침이었지만,가족들이 “하루라도 빨리 내 아들,남편이 어디에서 근무했는지 보고 싶다”며 요청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이뤄졌다.

 가족들은 군 안전요원의 안내를 받아 40분가량 기관부침실,탄약실 옆,절단면 부근 등을 둘러봤다.

 가족협의회 최수동 언론담당에 따르면 함미 안은 처참했다.

 기관조종실은 통신기기 한대만 남아있고 아무것도 없었다.화장실과 중사휴게실 앞쪽에는 포탄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다.

 강태민 일병의 아버지는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고,내부는 아직 치워지지 않은 채 전선이 뒤엉켜 엉망이었다”고 전해 침몰 20일만에 바다 깊은 곳에서 인양된 함미 내부 상황을 짐작게 했다.

 기관부 침실에 들어간 가족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말없이 탄식만 토해냈다.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다 침실 안으로 펄까지 많이 들어와 침대와 관물대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기 때문.

 사고 순간의 충격을 보여주듯 서랍이 열려 있는 사물함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가족들은 열린 사물함 안에서 물에 젖고 기름에 더럽혀진 승조원의 옷가지들을 보고 “배 안에서 숨 막혔을 텐데..”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박보람 하사의 아버지 봉석씨는 “일부 치웠다는데 모두 다 치우지 않았으니 어지럽고 엉망이야”라며 울음을 삼켰다.

 타기실은 의외로 구두와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진흙이 좀 묻어 있는 것 외에는 깨끗한 편이었다.

 최 언론담당은 “주인 없는 구두를 봤을 때 한 아버지가 ‘아들이 살아있을 때 메이커 신발을 못 사준 것이 한이 된다’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며 잠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함미 안을 둘러보는 동안 가족들은 종종 흐느끼긴 했지만,현실을 받아들이는 듯 대부분 차분한 태도였다.

 또 한 실종장병의 아버지는 “그래도 아들 관물대는 잠겨 있어서 깨끗하더라”며 “시신은 못 찾아도 그 관물대에서 아들 전투복 같은 건 찾을 수 있겠다”고 기뻐해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희생 장병의 물품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완료된 후 개인별로 지급될 예정이다.

 한편,절단면을 본 후 사고원인에 대한 가족협의회의 판단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최 언론대표는 “가족을 인솔한 군 관계자가 ‘좌측 하단부에서 우측 상단부로 뭔지 모를 강한 힘이 가해지면서 폭발했다’고 설명했다”며 “우리가 예상한 대로 외부충격이지,피로파괴나 내부폭발의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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