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달라진다더니 결국…

경찰 달라진다더니 결국…

이재훈 기자
입력 2008-04-07 00:00
수정 2008-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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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경기도에 사는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앞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구대 소속 경찰이 “강력 사건이 많이 나 불심검문을 하겠다.”며 대뜸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A씨는 경찰관들을 가게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여기가 우리 집”이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내가 왜 의심을 받아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결국 신분증을 보여줬지만 손님들이 A씨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 모멸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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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지난달 19일 어청수 청장의 취임과 함께 일선 경찰서에 설치한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라는 현판.
경찰청이 지난달 19일 어청수 청장의 취임과 함께 일선 경찰서에 설치한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라는 현판.
지난 3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 앞.20여명의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회원들이 15년째 이어져 온 703회 목요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때 사복을 입은 2명의 경찰이 회원들의 집회 모습을 캠코더로 촬영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회원들이 소속과 이름, 동영상 촬영 이유를 물었지만 이들은 ‘종로경찰서 수사과 집회시위전담반’이라고만 답했다. 민가협 박성희 총무는 “15년 동안 이어온 목요집회에서 수사과 형사가 나와 채증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집회 자유를 위축시키는 경찰의 대응이 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생치안에서는 허점을 잇따라 드러내고 있는 경찰이 ‘공안사찰’과 ‘법질서확립’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비난을 사고 있다.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경찰 수뇌부의 모습이 일선 경찰을 통제 불능 상태로 빠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찰의 기강 해이 사고는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휴가중이던 서울 기동대 소속 전경 B(22)씨가 만취 상태에서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흉기로 위협해 KBS로 버스를 돌진케 했다. 버스는 방송국 정문의 주차 유도봉을 들이받고 겨우 멈춰섰다.B씨는 경찰에서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혀온 선임병들의 이름을 언론에 공개하려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밤 경기 성남시 금곡동에서는 지구대와 600m 거리에 있는 제과점에서 위조수표 사용 신고가 들어왔지만 경찰이 30분이 지나서야 출동하는 바람에 용의자를 놓치고 말았다.

제과점 주인은 “경찰이 ‘지금 너무 일이 많다. 줄서서 기다리라.’고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에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위반으로 서울 강남서 압구정지구대에 검거된 정모(31)씨가 강남서 형사계로 인계되기 직전 담배를 피우는 척하다가 그대로 달아났다. 하지만 지구대 경찰은 이를 “혐의가 없어 풀어줬다.”고 허위보고했고, 정씨가 엿새 뒤 성동서에 검거돼 조사받는 과정에서야 보고 누락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는 “지난해 김승연 한화회장 보복폭행 사건 등으로 인해 경찰에 자조적인 분위기가 생기면서 일선으로 갈수록 수뇌부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 경찰청 차원의 대책이 아래로 전달되지 않고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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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최유희 서울시의원, ‘2026 양성평등정책대상’ 우수상 수상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8-04-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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