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을 깬 사람들] (1) 능력위주 사회로 가자

[학벌을 깬 사람들] (1) 능력위주 사회로 가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07-08-22 00:00
수정 2007-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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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세탁 신드롬’이 우리 사회를 집어삼킬 듯 거세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사태가 불거진 뒤 한달 남짓한 짧은 기간 문화예술계와 학계, 종교계 등에서 ‘일가’를 이룬 10여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거짓 학력을 고해성사했다. 서울신문은 대학 간판이 평생을 좌우하는 학벌사회의 족쇄를 실력으로 끊어버린 각계 인사들의 치열한 삶을 통해 간판보다는 능력 위주의 사회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리즈를 싣는다.

대표적인 파워 집단인 재계와 고위 공직자, 법조계 등의 학력 분포를 살펴보면 학력이 극복하기 힘든 신분으로 자리잡아가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상장사 고졸임원 고작 3.4%

상장사협의회가 발간하는 ‘월간상장’ 8월호에 따르면 국내 675개 상장법인의 임원 1만 1602명(학력 기재자) 가운데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졸업 이하인 임원은 384명(3.4%)에 불과했다. 반면 대학원 이상은 3753명(32.3%), 대졸은 7465명(64.3%)으로 집계됐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 주를 이룬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공직사회 역시 학력의 벽은 높았다. 중앙인사위원회가 고위공무원단 1305명의 프로필을 조사한 결과 석·박사학위 소지자가 79.1%에 이른 반면, 고졸 이하는 4.5%에 불과했다. 법조계에선 고졸 이하를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다. 최근 3년간 사법연수원(36∼38기)을 수료한 2935명 가운데 고졸은 6명에 불과했다. 또한 법조인 인명록에 등록된 1만 5000여명 가운데 고졸 이하는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력=신분´ 대물림 사회가 학벌병폐 키워

학력을 꾸민 이들에게 결코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학력이 새로운 신분으로 고착화되고 대물림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이같은 병폐를 키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사회가 근대사회로 빠르게 바뀌면서 능력이 아닌 학벌이 신분의 역할을 대체했다. 유독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는 내가 나로 인해 존재하기보다는 ‘누구의 누구’라는 관계의 범주로 파악되는 속성이 있어 학벌이 더 강조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벌사회의 주범인 대학 서열화를 깨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력을 극복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인식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면서 “순수학문은 어려울 수 있지만 문화예술계 등에서 먼저 학벌이 아닌 능력이 우선시될 수 있음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영희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도 “실속보다는 명분을 중시하는 풍토가 학력 위조라는 웃지 못할 결과를 낳았다.”면서 “결국 원론으로 돌아가 명분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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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07-08-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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