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세상] 구두닦는 철도원의 행복만들기

[나눔 세상] 구두닦는 철도원의 행복만들기

입력 2004-09-18 00:00
수정 2004-09-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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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구두닦이’가 되고픈 한 철도원의 행복만들기 사연이 삭막한 세상살이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다.

이민수씨가 17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료들…
이민수씨가 17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료들… 이민수씨가 17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료들의 구두를 닦고 있다.이렇게 번 돈을 남을 위해 쓸 수 있다는 행복감에 고된 줄을 모른단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철도청 용산차량사무소 차량관리원 이민수(36·기능 7급)씨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동료들의 구두를 반짝반짝 닦는다.대학 졸업 후 입사한 지난 93년부터 11년째 하고 있는 ‘부업’이다.구두를 맡기는 단골 고객은 30명(월 1만원).여기에 자신의 금연으로 모은 5만원이 합쳐져 이웃사랑의 따뜻한 마음으로 퍼져나간다.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구두닦는 일이 행복하기만 하다.”고 말하는 그의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번진다.그의 구두닦이 인생은 93년 10월,동료의 결혼식 참석을 앞두고 바쁜 선배들의 구두에 손을 댄 것이 발단이었다.선배들에게 수고비 5000원을 받았는데,돌려받기를 사양하던 한 선배가 “좋은 일에 쓰라.”고 던진 한마디가 지금껏 구두솔을 잡게 했단다.

차량사무소는 점심시간이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다.그의 식사시간은 20분,커피를 마시고도 여유가 있다.구내 탈의장에는 안전화로 갈아신고 작업 현장으로 나간 선배들의 구두가 널려 있다.처음엔 10명의 선배가 매월 5000원을 내는 것으로 계약에 참여했다.구두를 닦을 때는 휴대전화까지 끌 정도로 ‘직업정신’도 투철하다.

구두를 닦아 번 돈 전액을 정신지체자 시설에 꼬박꼬박 보냈다.지난 6월에는 한 기업체가 주관한 ‘좋은 사람’에 뽑혀 상금 100만원을 탔다.이 돈도 ‘혈구탐식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대학 후배의 아이를 위해 선뜻 내놓았다.

사무소와 가까운 어린이복지시설 ‘혜심원’에는 지난 98년부터 찾았다.당시 이곳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직원 12명과 함께 후원회를 결성했다.

“한번은 고기를 먹는데 선생님이 아이들을 말려요.평소 못 먹다가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저녁에 토하기 때문에 그런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이씨는 “사무소 전 직원이 함께 하는 봉사활동이며,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구두를 닦을 것”이라며 “고향의 부모님께 며느리와 손자를 안겨드리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남 돕기는 쉬워도 장가들기는 어려웠던지,노총각 신세가 못내 쑥스러운가 보다.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2004-09-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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