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회담 무산] 靑 “양비론은 北에 면죄부 주자는 것”…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

[남북 당국회담 무산] 靑 “양비론은 北에 면죄부 주자는 것”…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

입력 2013-06-13 00:00
업데이트 2013-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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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무산 北 책임론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남북 당국회담이 대표의 격(格)을 둘러싼 대립으로 무산되자 청와대 관계자가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라면서 전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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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되는 회담장 시설물
철거되는 회담장 시설물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당국회담이 북측의 일방 통보로 무산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에 마련됐던 회담장에서 호텔 직원들이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대표의 격을 맞추는 것)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전에 종종 썼던 말씀”이라면서 “이번 일을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대표에 비해 북한 대표의 ‘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존의 비정상적인 회담 관행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전날 “남북 누구든 상대에게 굴종이나 굴욕을 강요하는 건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결국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인식과도 맞물려 있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2002년 5월 유럽-코리아 재단 이사 자격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을 만난 경험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펴낸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북한에 다녀온 이후 나는 남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면서 “상호 신뢰를 쌓아야만 발전적인 협상과 약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의 눈치를 살피거나 정치적 계산에 밀려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만난 횟수나 대화 시간은 무의미하다”면서 “오히려 그런 식의 만남이 많아질수록 양측이 신뢰를 쌓을 가능성은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대화를 위해 원칙을 훼손하거나 저자세로 북한에 끌려다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국제 스탠더드(기준)’라는 원칙과 상식에 기반을 두고 남북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한다는 기존의 대북 접근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은 이날 회담 무산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남북 양비론적 접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바르게 지적해 줄 때 발전적이고 지속가능한 남북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분들이 그것을 명확히 구분해 주지 않고, 북한에 대해 그러한 잘못을 지적해 주지 않고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분명하고 엄격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현 정부 방침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잘못을 냉철하게 지적하고, 원칙을 세워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얘기다. 회담 무산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청와대는 대북 문제를 담당해 온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을 중심으로 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 측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2013-06-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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