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군포역 지하화 하라” 260만명 나섰다

“서울~ 군포역 지하화 하라” 260만명 나섰다

입력 2012-10-29 00:00
수정 201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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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옥(49·여)씨는 서울 금천구 독산1동에 15년간 거주했다. 아파트 옆으로 지하철 1호선과 경부선 철로가 지나간다. 창문을 열어두면 전화 통화나 TV 시청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푹푹 찌는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가 없다. 밤에는 선로 보수 공사로 잠을 설친다. 이씨는 28일 “기차가 지나갈 때 앉아 있으면 덜덜거리는 진동이 느껴지는 수준”이라면서 “TV를 보다가 전화가 오면 소음 때문에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큰소리로 외치듯이 말한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지하로 철로가 들어가기 어려우면 아예 지붕이라도 씌워 달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어려운 처지여서 지금껏 살아왔지만 수험생인 아이가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이제는 더 참을 수 없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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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한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주변. 중간쯤 자리한 ‘수출의 다리’엔 출퇴근 시간이면 시간당 2000여대의 차량이 몰려들면서 극심한 체증을 유발해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지난 26일 한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주변. 중간쯤 자리한 ‘수출의 다리’엔 출퇴근 시간이면 시간당 2000여대의 차량이 몰려들면서 극심한 체증을 유발해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금천구 가산동에는 가산디지털단지(서울디지털 2·3단지)의 교통 요충지인 ‘수출의 다리’가 있다. 경부선 철로가 동서를 갈라놓고 있어 철로 위로 다리를 놓은 것이다. 매일 출근시간 광명 방면 철산교에서 수출의 다리를 지나려는 차량과 반대쪽 차량이 뒤엉킨다. 불과 500m인 다리를 건너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 출퇴근 시간에 한 방향으로만 시간당 1000대의 차량이 지나간다. 이 지역 근로자와 사업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 이 다리는 ‘지옥의 다리’나 ‘수출을 가로막는 다리’로 불린다. 수출의 다리 인근에는 대형 아웃렛 매장이 밀집해 있어 하루 정체 시간이 20시간에 이를 때도 있다.

최근 금천구에서 도로를 확장하고 진출램프를 보강하는 한편 지하차도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주변 업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가산디지털단지 기업인 모임인 녹색산업도시추진협의회 유지홍(54) 전문위원은 “중소기업 사장과 하루 일당벌이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몇 만명이 다리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큰 낭비인가.”라면서 “교통혼잡으로 생기는 피해만 생각해도 매일 울분이 터져 경부선 지하화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금천·구로·영등포·동작구와 경기 군포·안양시 등 6개 지자체는 지난 6월 안양시청에서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지하철 1호선과 경부선 철도의 지하화’를 공동 추진목표로 정했다.

8월에는 독자적으로 경부선 지하화를 주장하던 서울 용산구가 힘을 보탰다. 지자체들은 서울역부터 군포시 당정역까지 32㎞ 구간 철로의 지하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철도가 지하화되면 상부 공간을 녹색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 도시 계획에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 구로구청장도 “주민들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부선 지하화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고통을 참다 못한 주민들도 속속 참여했다. 7개 지자체 주민이 261만명, 경부선에 직접 영향을 받는 주민이 76만명이나 된다. 7개 지역 시민단체가 지난 10일 ‘경부선철도 지하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기찬 위원장은 “재향군인회, 새마을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거의 모든 시민단체가 지역색과 정치색에 상관없이 경부선 지하화를 요구하고 나섰다.”면서 “지역 분단으로 인한 도시 불균형 개발, 교통혼잡, 상권 공동화 현상, 구로·가산디지털단지 산업발전 저해를 일으키는 핵심 문제를 두고만 볼 수 없어 들고 일어났다.”고 말했다. 주민과 시민단체는 직접 각 지하철역과 지자체에서 200만명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 서명부를 모두 취합해 다음 달 중 대선 후보와 정당,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에 전달하고 국책사업 추진을 촉구할 계획이다.시민단체와 지자체는 지하화로 생기는 토지 매각 등의 방안을 동원할 경우 총사업비가 5조~6조 5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통혼잡 완화, 산업단지 및 상권 활성화 등의 효과를 감안하면 정부에서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총선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인선 지하화(48㎞) 사업에 13조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는 예측이 나온 만큼 이보다 적은 비용으로 사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생태체험공원과 수경공원, 메모리얼파크 등 녹지 공간을 대폭 확충해 시민들의 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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