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포커스]압수·유치물품 어떻게 하나

[토요 포커스]압수·유치물품 어떻게 하나

입력 2009-11-28 12:00
수정 2009-11-2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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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1일 인천세관은 짝퉁과 농산물, 도검류 등 60여t(정품가 150억원 상당)을 공개 폐기했다. 짝퉁 시계와 핸드백·의류 등이 부서지고 찢기고 불태워지는 장면을 보며 “나한테 주면 안 되나.” 하는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세관에 유치·몰수한 물품의 운명이 모두 비참한 것은 아니다. 짝퉁의 오명을 벗고 진정한 명품으로 태어나는가 하면 짓궂은 운명을 아름다운 희생으로 마감하는 사례도 있다. 괜한 욕심에 배(구입가)보다 배꼽(구입가+세금)이 커져 주인이 찾지 않는 물건은 정부가 주선해 새로운 주인을 맞기도 한다.

유치·몰수품 처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짝퉁 상품과 성분 미상, 검사 불합격된 식품류 등은 폐기가 원칙이다. 세관에 유치됐다가 국가로 귀속된 물품은 세관에서, 몰수(압수)품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각각 위탁 판매해 국고로 환수한다.

세관이나 보훈복지공단에서 공매하는 물품은 화장품과 양주·시계·보석류 등 다양하다. 구입가와 세금이 더해져 시중가격보다 비쌀 수 있지만 유찰되면 가격이 낮아져 실속 구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짝퉁 등 폐기대상 물품 처리도 고역이다. 보관 창고를 빌리고 폐기·소각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은 물론 자원낭비, 환경오염 등 3중고를 겪는다. 역발상이 나왔다. 처벌에 앞서 속죄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압류한 의류와 신발 등은 상표권자의 동의가 있으면 상표를 제거한 후 지휘를 받아 복지단체 등에 전달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6월 인천 시민의 숲에서 시민 등 2000여명이 참가, 폐기처분될 운동화에 세계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디자인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전달했다. 이날 시민들이 제작한 명품 수제 운동화(짝퉁) 1만 2000개는 캄보디아 청소년들에게 전해져 사랑의 메신저로 활동 중이다.

옥수수와 녹두, 흑콩 등과 같은 농산물은 철새 먹이 또는 축산농가 사료용으로 제공된다. 인천세관은 10월 국제 곡물값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가 지원을 위해 폐기예정인 냉동옥수수 97t(5100만원 상당)을 강화군 축산농가에 사료용으로 기증했다. 지난 3일 부산세관은 식품검사에서 불합격돼 보세창고에 장기 방치된 수입 소금 68t을 겨울철 도로 제설용으로 전북 도로관리사업소에 전달했다. 이밖에 원단은 공매, 도검류는 제철소 등에서 재생금속으로 만들어 매각하고 있다.

관세청은 26일 한국환경자원공사와 자원화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단순 소각·매립 등 자체 폐기처리하던 압·몰수품 처리를 전환해 잔존물의 성분 재활용과 열에너지 회수 등에 나설 계획이다.

허용석 관세청장은 “연간 폐기물량을 1000t으로 산정할 경우 자원화 수익 1억 5300만원외에, 폐기비용 7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특히 온실가스 620t 감축 효과와 탄소배출권(1100만원), 원유 대체효과(5800만원) 등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하는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2009-11-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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