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드라마 보지 말라더니”… 북한군이 사상 교육용으로 튼 ‘비밀 영상’의 실체 [돋보기]

“남조선 드라마 보지 말라더니”… 북한군이 사상 교육용으로 튼 ‘비밀 영상’의 실체 [돋보기]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입력 2026-10-12 10:30
수정 2026-10-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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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 요약
  • 북한군 내부 교양 영상, 외부 영상 단속 실태 공개
  • 남한·미국 드라마 장면 노출, 한류 확산 역설 부각
  • 노동교화형·연좌제 언급, 강경 처벌 기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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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가 입수한 북한군 사상교양 영상에 등장하는 ‘체포영장’. RFA 홈페이지 캡처
RFA가 입수한 북한군 사상교양 영상에 등장하는 ‘체포영장’. RFA 홈페이지 캡처


북한군이 전군의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제작·배포한 내부 교양 영상의 실체가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드러났다. 외부 영상물 유입을 막기 위해 철통같은 단속을 벌여온 북한이 군부대 내 사상 교육 과정에서 남한과 미국의 드라마·영화 시청 장면을 대거 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통 단속 외치며 실상은 ‘K-콘텐츠’ 대량 노출12일 RFA가 공개한 이번 교양 영상은 2023년쯤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영상은 군부대 내에서 휴대전화나 불순 녹화물을 이용해 외부 영상물을 시청한 군인들과 종사자들을 색출하고 처벌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북한 당국이 사상을 개조하겠다며 만든 이 교육 자료 속에 정작 단속 대상인 남한·미국 드라마 속 장면들과 압수된 휴대전화 실물, 체포 영장 등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는 대목이다.

주민과 군인들의 외부 문화 접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엄포 이면에, 역설적으로 확산하는 한류의 파급력을 북한 지도부 스스로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노동교화형 5년에 대사령도 없다”… 살벌한 공개 처벌영상 속 토론자로 나선 인물들은 외부 영상물 시청을 향해 거칠게 날을 세웠다. 한 토론자는 “제국주의 사상문화와 생활양식에 쩌들 대로 쩌든 저자들을 즉형 처형해야 한다”며 “끝까지 추적해 무자비한 철추를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가족까지 연좌제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영상에 등장한 판결문과 사례를 보면 처벌 수위는 극단적이다. 불순 녹화물을 시청한 혐의가 적발돼 이미 노동교화형 2년에 처한 군인들의 모습이 확인됐으며, 해설자는 “불순 녹화물 시청은 자기 운명은 물론 가족과 친척들의 신세까지 망치는 백해무익한 독초”라고 비난했다.

특히 당국은 “다른 범죄와 달리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을 받는 중대 범죄이며, 판결 집행에서 ‘대사령’(특사)도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단속법 촘촘히 해도 꺼지지 않는 ‘한류 열풍’북한은 그간 외부 문화의 유입을 막기 위해 입법적 통제를 거듭 강화해 왔다.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잇달아 도입하며 사상적 고삐를 죄고 있다.

대북 전문 매체들과 인권 단체들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이런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주민들 앞에서 공개처형까지 불사하며 공포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통제된 군부대 내부까지 외부 영상물이 파고들고 있다는 점은 북한 당국의 삼엄한 감시망과 처벌 위협 속에서도 주민과 군인들 사이에서 한국 등 외부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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