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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원 문제가 버젓이 수능에, 교육부 뭐 했나

[사설] 학원 문제가 버젓이 수능에, 교육부 뭐 했나

입력 2024-01-09 02:35
업데이트 2024-01-09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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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23번 지문.  사진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23번 지문.
사진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2년 전인 2023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의 영어 지문이 유명 입시업체의 ‘일타 강사’가 낸 모의고사 지문과 거의 판박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교육부가 한참을 뭉개다 뒤늦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능과 관련한 교육부의 수사 의뢰가 흔치 않은 일이긴 하지만 의혹이 컸던 사안을 8개월씩이나 끌어안고 있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문제의 지문은 영어 23번 지문으로 메가스터디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지문에서 문장 기호 차이와 마지막 한 문장을 제외한 것 외에는 같았다. 지문의 원출처는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하버드대 교수가 쓴 ‘투 머치 인포메이션’이었다. 강사는 지문 내 어휘의 뜻을, 수능은 지문의 주제를 물어 문제 유형은 달랐다. 하지만 지문이 같아 해당 모의고사 문제를 접해 본 학생은 수능에서 쉽게 정답을 맞힐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이의 신청이 쏟아졌다. 하지만 평가원은 문제나 정답 오류에 대한 사항이 아니라며 무시했다. 그러다 지난해 대통령의 사교육 카르텔 척결 방침 이후 만든 교육부 내 ‘사교육카르텔신고센터’에 이 문제가 다시 접수되면서 수사 의뢰로 이어졌다.

교육부와 평가원의 무사안일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 유형이 다르다고 항변할 게 아니라 다른 지문을 활용했어야 했다. 평가원 논리대로라면 앞으로도 수능 출제에 사설 학원의 지문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사교육을 이용할 수 없는 수험생의 등에 칼을 꽂는 일이나 다름없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입시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상당하다. 교육부는 ‘교육부 폐지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감사원과 경찰은 수능을 둘러싼 현직 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 유착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기 바란다.
2024-01-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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