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뒤 새 유권자 30만명대 뚝
수도권 집중·지방소멸 심각한데
의원 수·비례 확대만 주요 안건
“백년대계 고려한 선거제 개편을”
서울신문은 지난 1월 ‘선거 제도 집중진단’에서 면적은 25배, 인구는 6배 차이가 나는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속·인·고·양) 지역구와 수원 갑·을·병·정·무 지역구를 비교해 봤다. 기초자치단체 4곳이 하나의 지역구가 된 곳과 하나의 기초자치단체가 5곳으로 나뉜 곳으로, 지방 소멸을 심각하게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금부터 15년 뒤의 행정구역, 정치구역을 바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15년 뒤면 출생아 수 30만명대에 태어난 세대(2017년 35만 7771명 출생)가 스무 살이 넘어가고 출생아 수 40만명대에 태어난 세대(2002년 49만 6911명 출생)가 기성세대로 진입한다”며 “그때를 목표로 조정하는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대 총선을 앞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인구 문제는 소외됐다. 거대 양당의 독점 정치,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중대선거구제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비례대표제 확대 등이 주된 안건으로 거론될 뿐이다. 특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가 결의안 형식으로 의결한 3개 안 중 2개에 포함된 국회의원 정수를 50명 늘리는 방안은 인구 감소 추세와 정반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의원 증원을 반대하고 나섰다. 국회 정개특위 위원인 최형두 의원은 2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단 국민 반대가 너무 커서 신뢰를 얻기 힘들고, 인구 급감 시대에 별다른 대책도 없이 증원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연구용역 보고서 ‘저출산·고령화시대를 대비한 선거구획정제도 개선연구’에 따르면 인구 감소율을 고려하면 23대 총선에서 서울, 대구, 울산 등 대도시의 선거구 수가 감소한다. 반면 인천, 경기는 선거구 수가 증가할 것으로 추계했다.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 소장은 “이대로면 대부분 국회의원을 수도권에서 뽑아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박 소장은 “국회와 각 정당이 심각하게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며 “헌법의 선거구 획정에 따른 인구 비례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인구소멸 지역에 있는 지역구는 다 통폐합될 수밖에 없다.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대표를 선출하지 못하는 참정권 박탈 문제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20년 사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도권 의석수는 24개 늘어났다. 지역구 의원 253명 중 121명이 수도권인데, 22대 총선부터 수도권과 지방의 비율이 역전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년부터 인구절벽이다. 국회의원 정수는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렵다”며 “선거제도는 백년대계다. 지금 상태에서 무조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10~20년 전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타당한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영·김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