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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시한 벌었지만, 의대협 “응시 거부”… 갈등 봉합 미지수

협상 시한 벌었지만, 의대협 “응시 거부”… 갈등 봉합 미지수

이범수 기자
이범수, 강국진,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8-31 22:30
업데이트 2020-09-01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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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사국가시험 일주일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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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부터 고발하라” 시위
“교수부터 고발하라” 시위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근무 실태 조사에 반대하는 대구 영남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31일 오후 병원 본관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대구 뉴스1
정부가 의사국가시험 시작 시점을 1일에서 8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응시 거부를 이어가겠다며 강경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3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과대학의 여러 학장, 교수 등 범의료계 원로들이 의사 국가 실시시험의 연기를 요청한 바 있으며, 의대·의전원협회는 오늘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시험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면서 의사시험을 일주일 연기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시험 취소 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여 다수의 학생들의 미래가 불필요하게 훼손되는 부작용이 우려되었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향후 병원의 진료 역량과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차관은 “이번 결정도 매우 예외적인 결정”이라며 8일에서 또 연기하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시험은 일주일 순연돼 시작된다. 1일 응시 예정자는 8일에 응시하고, 2일 응시 예정자는 9일에 응시하는 방식이다.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의사면허증을 못받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신규 의사면허 취득자의 급감으로 이어져 내년도 대학병원들의 전공의 수급과 정부의 공중보건의·군의관 확보 등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전체 응시자 3172명 중 89%인 2823명이 원서 접수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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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기다리는 환자들
진료 기다리는 환자들 서울대학교병원이 내과 외래진료를 축소한 첫날인 이날 진료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의 모습. 서울대병원은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파업으로 교수들의 진료 부담이 과중해지자 소화기 등 9개 내과 분과의 외래 진료를 1주일 동안 줄이기로 했다.
서울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정부가 퇴로를 열어주는 ‘성의’를 보여주긴 했지만 정부-의료계 갈등에 숨통이 트일지는 아직까진 미지수다. 당장 의대협 조승현 회장은 “정부에서 발표한 건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응시 일주일 연기”라며 “정책 변화가 없는 이상 단체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국시거부 및 동맹휴학 등 단체행동은 국시 연기를 요청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역시 정부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대전협이 유례없는 재투표 절차 논란에도 집단휴진을 계속 강행하자 정부도 이에 맞서 비수도권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10곳을 대상으로 추가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부터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응급실·중환자실 10곳에 대해 3차 현장조사를 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응급 ·중환자실의 경우 생명이 위중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곳인 만큼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생각해 정부의 강제적 행정조치 여부와 관계없이 조속히 복귀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6∼27일 수도권 수련병원 20곳을 1차 현장 조사한 데 이어 28일부터는 수도권 10곳과 비수도권 10곳 등 20곳에 대해 전공의 등의 휴진 현황을 2차로 확인한 뒤 이들의 복귀 여부를 파악했다. 전국의 모든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진료 현장으로 즉시 복귀할 것을 명하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며, 이를 따르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이날 공지를 통해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가 보이지 않아 전공의들이 업무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것”이라며 집단휴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복지부 관계자는 ‘전면 재논의’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며 일방적인 합의안만을 제시했다. 이제는 전공의들을 법적 처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강경한 분위기 속에서 현장에선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 의과대학 본과 재학생은 “시험 일정이 연기됐다고 해서 의사국가시험 응시 거부 결정을 철회할 의대생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 안에 정부와 의사단체들 간의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 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과대학 재학생도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동기는 여러 가지겠지만 동료들의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의대생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대 교수진들이 전공의 집단행동 지지 의사를 밝히고 일부는 아예 진료 거부에 동참한다고 하면서 논란이 더 확산되고 있다. 충북대와 전남대, 전북대, 부산대 의대 교수들이 진료 거부를 지지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들이 7일 하루 동안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다는 단체행동을 선언했다. 경북대 등 대구 지역 4개 대학병원 교수진 250여명도 피켓시위를 벌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9-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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