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바쁜 부모 집 비운 사이 울산 형제 안타까운 죽음

입력 : ㅣ 수정 : 2020-04-0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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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속 9세 동생 구하려던 18세
끝내 탈출 못 하고 둘 다 숨져
“평소 형이 아픈 동생 보살펴”
8일 화재가 발생한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 까맣게 타 버린 텔레비전과 집기가 나뒹굴고 있다. 이 화재로 집 안에 있던 9살 동생이 숨지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집에 들어갔던 18살 형은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울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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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화재가 발생한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 까맣게 타 버린 텔레비전과 집기가 나뒹굴고 있다. 이 화재로 집 안에 있던 9살 동생이 숨지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집에 들어갔던 18살 형은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울산 연합뉴스

부모가 생업으로 집을 비운 사이 아파트에서 불이 나 잠자던 초등학생 동생과 동생을 구하려던 고등학생 형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8일 울산 동부소방서와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6분쯤 동구의 한 아파트 1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형제 2명이 숨졌다. 9살 동생은 집 안에서 발견됐고 18살 형은 13층 아파트에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있기 전인 오전 3시 59분쯤 형은 집에 놀러 온 친구와 함께 음료수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집에 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

형은 친구가 119로 신고하는 사이 불길을 뚫고 안방으로 들어가 잠들었던 동생을 거실 베란다 쪽으로 옮겼으나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형은 불길을 피해 베란다 창틀에 매달렸다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형과 그 친구가 라면을 끓여 먹은 뒤 냄새를 없애려고 촛불을 켜 놓은 채 편의점에 다녀온 사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30여분 만에 꺼졌다.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영업 준비 등으로 집을 비웠고, 어머니는 일 때문에 경주에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어머니는 경주에서 직장을 구하고 둘째 아들과 함께 지냈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개학이 연기되면서 잠시 울산 집에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도 최근 경기가 어려워 식당을 하면서도 비는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로 배달 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아파트 한 주민은 “동생이 예전에 사고로 다쳐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형이 동생을 많이 아꼈다”면서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2020-04-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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