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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말아요” 꿈 빚은 도넛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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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04-06 09:39 미술/전시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김재용 개인전 ‘도넛 피어’

‘레드 도너츠’(2017). 세라믹, 언더글레이즈, 유약,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학고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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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도너츠’(2017). 세라믹, 언더글레이즈, 유약,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학고재 제공

침이 고인다. 눈앞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도넛들. 가게 진열대가 아니라 갤러리 벽에 걸린 가짜 도넛인데도 미각이 저절로 꿈틀댄다.

밀가루 대신 흙으로 빚은 도넛 작업으로 유명한 김재용(47) 작가의 개인전 ‘도넛 피어’(DONUT FEAR)가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다 2015년 한국으로 들어온 뒤 처음 갖는 개인전이다.

왜 도넛일까. 여기엔 필연과 우연이 겹쳐 있다. 김 작가는 고교 1학년 때 친구를 따라 조소부에 들어갔다가 조각에 매료됐다.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선천성 적녹색약으로 인해 색상 활용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입시 미술학원에서 좌절을 겪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석사학위까지 취득하고, 작품 활동을 하면서 대학 강의를 병행하던 중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닥쳤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작업에 회의가 왔고, “도넛 가게나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미국인이 가장 즐겨 먹고, 자신도 좋아하는 음식이란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돈이냐, 꿈이냐’ 두 갈래 길에서 그는 결국 꿈을 택했다. 그리고 그 결심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흙으로 도넛을 빚기 시작했다.
‘도넛 매드니스!!’ 작품 앞에 선 김재용 작가. 학고재 제공

▲ ‘도넛 매드니스!!’ 작품 앞에 선 김재용 작가. 학고재 제공

때문에 그의 도넛은 꿈과 희망, 즐거움의 다른 이름이다. 거침없는 강렬한 색감은 적녹색약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을 스스로 깬 결과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도넛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기쁨의 미소를 짓는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그는 말한다. 전시장 방 하나를 1358개 도넛으로 꽉 채운 ‘도넛 매드니스!!’는 작가의 이런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발이 묶인 청화 유니콘’(2019). 세락믹, 언더글레이즈, 산화코발트, 유약, 스와보르스키 크리스털. 학고재 제공

▲ ‘발이 묶인 청화 유니콘’(2019). 세락믹, 언더글레이즈, 산화코발트, 유약, 스와보르스키 크리스털. 학고재 제공

신작인 대형 도넛과 청화 도넛은 그에게 또 다른 즐거운 도전이다. 조각가로서 품고 있던 대형 조형물에 대한 로망을 ‘아주아주 큰 도넛’ 연작으로 구현했다. 청화 도넛은 미국 문화인 도넛에 한국 전통 요소를 접목시킨 것이다. 여기에 어릴 때 쿠웨이트 등에서 살았던 경험을 녹여 중동의 카펫 문양을 넣었다. 전시 제목 ‘도넛 피어’는 ‘두려워 말라’(두낫 피어)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는 이달 26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0-04-0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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