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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통 아저씨 기억하시나요

심술통 아저씨 기억하시나요

입력 2010-01-04 00:00
업데이트 201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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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만화가 이정문화백 50주년 특별전

“개인의 역사를 정리하는 전시회이지만 한국 만화 역사의 한 부분으로도 남길 수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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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만화가인 이정문(69) 화백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이정문 50주년 특별전’이 서울 남산 애니메이션센터 전시실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개막은 지난해 말에 했다. 한국 만화 100주년이었던 2009년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100년을 여는 전시회인 셈이다. 모양새가 묘하게 됐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이 화백은 이번 특별전을 위해 10개월 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고 귀띔했다.

이전에도 개인전을 여러 차례 열었지만, 당시는 기존에 그렸던 작품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대표 캐릭터를 새로 그리고 채색했다는 것. 놀부를 닮은 심술 가족 캐릭터와 ‘철인 캉타우’를 중심으로 원화, 옛 만화책, 모형 등의 전시물들이 관람객들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관람료는 무료. 오는 16일과 23일 오후 2시에는 작가 사인회가 열린다.

이 화백은 1959년 월간 아리랑잡지에 ‘심술첨지’를 게재하며 데뷔했다. 이후 1960년대 ‘심술참봉’, 1970년대 ‘심똘이’와 ‘심쑥이’, 1980년대 ‘심술통’, 1990년대 ‘심술로봇 뚜까’ 등 10년 주기로 심술 캐릭터를 새로 선보이며 국내 명랑만화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왜 시대를 뛰어넘어 꾸준히 심술이라는 테마를 붙잡고 있는 것일까.

“어느 시대나 같잖게 구는 사람들이 있지 않으냐. 이를 혼내주는 심술 캐릭터라 대리만족 차원에서 인기를 누렸던 것 같다. 내 이름은 몰라도 (독자들이) 심술 캐릭터를 알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심술 사냥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냥감이 있는 한 계속해서 심술 캐릭터를 그리고 싶다.”

50년 동안 심술의 따끔한 맛을 주는 도구도 크게 발전했고, 아직도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는 이 화백은 태어난 사회적 분위기를 돌이킬 때 심술 가족 가운데 심술통에게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가 ‘심술 가족의 아버지’로만 이름을 날린 것은 아니다. 1965년 ‘설인 알파칸’, 1976년 ‘철인 캉타우’를 발표하며 국내 공상과학만화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특히 캉타우는 일본 캐릭터를 모방하지 않은 토종 캐릭터다. 이 화백은 “당시에는 생소했던 환경 오염 문제를 곁들였는데 30여년이 지나 보니 환경 문제가 세계적인 화두가 됐다.”며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말라버린 저수지에 있는 물고기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요즘 들어서도 사보(社報)나 기관지에 작품을 싣고 있지만, 대중매체에 작품을 실을 기회가 좀처럼 없어서다. 여기에는 출판 만화시장이 움츠러든 탓이 크다. 모든 만화가들이 한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쓰나미 같은 인터넷에 밀려나간 원로 작가들의 허탈감은 특히 크다는 이 화백은 “발표 공간이 없어 좋은 만화가들이 사장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 화백이 던지는 새해 덕담 한마디. “우리는 언제나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고, 이를 이겨나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만화계도 좌절하지 않고 헤쳐나갈 것으로 믿는다. 나도 당장 발표할 곳은 없지만 꾸준히, 즐겁게 원고를 그리고 있다. 그게 작가의 도리인 것 같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01-0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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