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찔끔 문화재 발굴은 이제 그만”

“찔끔찔끔 문화재 발굴은 이제 그만”

입력 2008-07-17 00:00
수정 2008-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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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의 왕성으로 떠오르며 사적으로 지정되어 각종 개발이 제한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내부 주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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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1999년 경당연립터에서 대형 유적과 중요한 유물이 발견된 이후 그동안 “무조건 발굴 중단”을 줄곧 외쳐왔다. 하지만 이제는 “조속한 전면 발굴과 박물관 건립 등을 통한 문화지구화에 발맞춘 이주대책 마련”이라는 합리적인 요구를 들고 나오면서 정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들도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문화재청의 지침에 따라 터파기와 고도가 제한되고 있는 풍납토성 안팎의 면적은 78만 5264㎡에 이른다. 이 지역에는 8500가구,4만 1000명 남짓한 주민이 살고 있다.

“갈수록 슬럼화… 특단대책 필요”

주민들은 2001년 4월부터 공동주택 건축과 재건축이 불가능해지는 바람에 집값이 주변의 절반에 불과하게 떨어지고, 들어와 살겠다는 사람도 없어 갈수록 슬럼화하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주민들로 이루어진 풍납동문화재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 모여 지속적 발굴과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한 데 이어 14일에는 청와대 입구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상복시위를 벌였다.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풍납토성의 보존여부를 빨리 결정하고, 필요하다면 추가발굴비를 정부재정으로 지원하라고 지시했으니 정부는 이제라도 이행하라는 주장이었다.

무엇보다 최근 한성백제 시대 제사와 관련된 시설로 추정되는 우물에서 수백개의 토기가 한꺼번에 출토되어 화제를 모은 경당연립터의 재발굴을 마무리짓지 않고 다시 흙으로 메우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까지 가세하여 서울시가 토성 주민들의 염원과 달리 한성백제박물관을 풍납토성이 아닌 몽촌토성에 세우면서 전시 유물을 마련하고자 경당연립터를 재발굴했고, 그 목적을 달성하고 나니 발굴을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문화재청은 지난해 한성백제박물관은 왕성인 풍납토성에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문화재청이 반대한다면 문화재청 소속인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그동안 발굴한 유물을 유치하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성백제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 소속 서울역사박물관은 “처음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던 2005년에는 풍납동의 삼표레미콘 공장부지를 검토했지만, 주민들이 반대했고 부지매입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오는 10월 몽촌토성 내부인 올림픽공원 내 1만 4894㎡의 부지에 모두 525억원의 예산으로 한성백제박물관을 착공하여 2011년 12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정작 몽촌토성으로

문화재청은 몽촌토성에 한성백제박물관을 짓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을 되돌리기에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예산과 노력이 투입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한편으로는 서울시의 걱정과는 달리 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풍납토성 유물도 대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풍납토성에도 ‘풍납토성역사관’같은 박물관에 준하는 전시시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새로 전시시설을 지으려면 부지를 다시 발굴해야 하는 만큼 미래마을 부지의 영어마을 건물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1999년부터 아이디어가 제시된 ‘성벽전시관’처럼 성격을 분명히 하는 전시시설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성벽전시관에 대해서는 서울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재청 “주민이주대책 연구중”

신희권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주민들이 발굴 중단을 반대하고 있는 경당연립터의 제44호 유구는 폭 18m에 길이 18m 이상의 대형 집터로 완벽한 조사를 위해서는 북쪽으로 한 블록 정도의 부지를 추가매입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따라서 서울시의 방침처럼 유적을 지표면까지 다시 흙으로 덮기보다는 조사 계획이 마련될 때까지 장마철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복토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신희권 연구관은 나아가 “문화재청은 그동안 풍납토성 유적지 보존 및 활용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정부와 서울시, 송파구와 역할을 분담하고 우선순위를 정하여 유적을 보호하고 주민 이주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면서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구체적인 대책을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민대표인 이기영 풍납동문화재대책위원장은 “우리도 문화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풍납토성의 발굴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면서 “하지만 그동안 십 몇년을 고통 속에 살았고 앞으로도 수십년을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 할 형편이라는 점에서 풍납토성도 살고 주민들도 살 수 있는 대안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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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2008-07-1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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