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한 낮에 초여름의 기온이 되면서 찬 음료의 수요가 늘고 있다. 화려한 색상의 음료는 소비자의 눈과 입을 사로 잡는다. 일본에서는 음료를 구입해 다 마실 때까지 온도 변화에 따라 용기 표면의 디자인이 변하는 제품이 시판돼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정 온도가 되면 없던 그림이 나타나는 일명 ‘온도계 달린’ 맥주와 소주, 실내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모빌 등이 판매되고 있다. 이런 상품들이 색을 나타내는 원리를 영수증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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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상품을 구입하고 받는 영수증을 준비한다. 공과금 납부기나 팩시밀리 용지 또는 은행이나 병원의 번호 대기표 등도 좋다. 영수증의 표면을 드라이어나 다리미 또는 라이터로 가열해 보자. 열을 받은 부분이 타는 것이 아니라 검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변한 영수증에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일명 파스)으로 그림을 그려 보자. 이번에는 파스가 닿은 부분이 하얗게 변하면서 그림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종이와는 달리 영수증이나 팩시밀리 용지는 온도를 감지하는 ‘감열지(感熱紙)’다. 기기 내부에 ‘서멀헤드(thermal Head)’라 불리는 가열부분이 100∼120℃ 정도로 열을 내면 검게 변해 문자나 그림이 인쇄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 감열지 표면에는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염료가 발라져 있는데 이를 시온(示溫)염료 또는 서모컬러(thermocolor)라고 한다.2차 대전 직후 독일의 바스프(Basf)사가 최초로 개발해 지금까지 약 2000가지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유기화합물을 이용하는데 성분의 내용이나 결합 방식에 변화를 주면 온도가 올라가거나 내려갈 경우, 없던 색깔이 나타나거나 반대로 있던 색깔이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는 것처럼 색상변화까지 가능하다.
이 실험에서는 감열지의 시온염료와 산성 물질이 녹아 섞이게 돼 검게 발색하고 약알칼리성의 파스로 중화되면서 색이 지워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영수증을 이용한 다른 실험을 하나 더 해보자. 감열지 영수증 속의 시온염료는 소독용 알코올로 녹여 낼 수 있다. 약국에서 시판되는 소독용 알코올에 영수증을 1∼2분 정도 담갔다가 꺼낸 뒤 다시 드라이어로 가열해 보면 시온 염료가 빠져나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영수증을 담가뒀던 알코올 용액에 식초와 수돗물, 식소다를 녹인 물 또는 비눗물을 각각 넣어보자. 거무스름한 녹색, 옅은 분홍색, 검은 보라색으로 변하게 된다. 영수증이 지시약으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시온염료는 물질의 분자구조와 분자 내 전자의 밀도의 변화를 통해 흡수 또는 반사하는 빛의 차이가 생기고 이것이 색상 변화로 나타난다. 이러한 시온염료를 이용해 변색의 즐거움이 가미된 상품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남녀가 양끝에서 마주 잡으면 열이 전달돼 가운데 부분에 그려진 하트 모양이 붉게 변하는 손수건이나, 실내 온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벽지와 완구도 있다. 삶는 기능이나 건조기능을 하는 세탁기의 투시창에 시온염료로 코팅해 작동 상태를 확인하는 표시등 같이 편리한 기능도 개발됐다.
김연숙 부평고등학교 교사
2006-05-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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