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예술감독 인선 ‘뒷말’

국립극장 예술감독 인선 ‘뒷말’

김종면 기자
입력 2006-02-09 00:00
수정 2006-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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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오태석, 창극단 유영대, 무용단 배정혜, 국악관현악단 황병기. 지난 3일 국립극장(극장장 신선희)이 발표한 국립극장 산하 4개 단체의 신임 예술감독들이다. 이들은 과연 대한민국 대표 예술기관의 예술감독이란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인가.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고는 할 수 있을까. 공연계 안팎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적잖은 논란 끝에 국립극장의 지휘봉을 잡은 신선희(60) 극장장은 예술감독 선임과 관련, 이렇게 공언한 바 있다.“고전적이라 할 정도로 철저하게 포럼을 열어 내용을 녹음하고 기록해 인선에 공정을 기하겠다.” 그의 말대로 인선의 절차적 정의는 이뤄졌는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끝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상임 예술감독이 바람직하냐, 왜 같은 단체에서 중도 하차한 인물을 임명했느냐, 지나친 고령화 아니냐….

신임 감독들 가운데 가야금 명인 황병기(70)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유일하게 비상임이다. 황 감독은 잘 알다시피 법대를 나와 국악인이 된 색다른 경력의 소유자다.1974년부터 30여년 동안 이화여대 음대 한국음악과 교수로 일했고 현재는 예술원 회원이다. 예술감독을 상임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은 물론 없다. 그러나 올해로 창단 11주년을 맞은 국악관현악단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라도 예술감독은 마땅히 상임으로 해야 한다는 게 대세다. 온 몸을 바쳐도 될까 말까한 판에 파트타임식으로 ‘코치’나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볼멘소리부터 ‘명인’이라는 이름만 빌려온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 국악관현악단을 우습게 아는 처사라는 분노에 이르기까지 뒤탈이 만만찮다. 이런 말들이 단순히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악관현악단은 상임지휘자를 따로 둘 계획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임 예술감독의 당위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고치는 데 늦는 법은 없다.’는 서양 격언을 되새겨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정혜(63) 감독은 이미 국립무용단, 서울시립무용단, 국립국악원 무용단 등 3개 단체장을 20년 가까이 지낸 무용가로, 현재 리을춤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국립무용단장을 연임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 하차한 그를 왜 다시 같은 단체의 예술감독으로 택했을까. 일각에선 ‘한국무용 창작의 효시’로 불리는 그의 ‘모던한’ 안무 취향이 국립무용단의 정체성에 맞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 교수인 유영대(50) 창극단 예술감독은 ‘심청전 연구’라는 저서를 낸 국문학자. 국립극장 창극 부문 자문위원, 판소리 연구가 등 실기가 아닌 이론가로 활동해왔다. 종종 판소리 해설가로 나서기도 한다. 예부터 ‘일 고수 이 명창’이란 말이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삼 해설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판소리 공연에서 해설자의 몫은 중요하다. 사설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객과 출연자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 속되게 말하면 중매쟁이 같은 구실을 하는 게 바로 판소리 해설자다. 그가 그런 모습을 보여줬는가.

오태석(66) 감독은 1984년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를 창단,‘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자전거’‘백마강 달밤에’ 등 수많은 작품을 쓰고 연출한 연극계의 원로다. 국립극단의 상징이 된 그에게는 별다른 뒷말이 따르지 않는다. 극단내에는 ‘오태석 대망론’까지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령의 부담은 있다.

올해부터 국립극장 산하 예술감독의 임기는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 2008년까지 감독직을 맡게 된다. 그만큼 책임도 크고 일반의 기대도 높다.‘화려한 겉치레의 방패막이 인사’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여전한 만큼 신선희호(號) 국립극장은 더욱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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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6-02-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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