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앞둔 조동일 서울대교수

정년퇴임 앞둔 조동일 서울대교수

입력 2004-08-20 00:00
수정 200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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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노릇을 잘못해 용서를 구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가르치는 일을 너무 엄격하고 가혹하게 했다.각자의 사정은 돌보지 않고 이뤄야 할 목표만 내세워 지나친 요구를 했다.사제관계가 아닌 사이인데도 학회에서 하는 발표를 지나치게 논박하는 무례를 저지르기도 했다.” 8월말 정년 퇴임하는 국문학자 조동일 (서울대)교수는 “36년간의 교수 생활을 통해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년까지 대학에서 일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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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격식에 따라 논문을 써야 하는 구…
"앞으로는 격식에 따라 논문을 써야 하는 구… "앞으로는 격식에 따라 논문을 써야 하는 구속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펼치고자 한다." 는 조동일교수. 그는 자신의 학문을 '창조학'이라고 부른다.
회고록 ‘학문에 바친 나날‘펴내

구비문학에서 고전문학으로,고전문학에서 한국문학으로,한국문학에서 동아시아문학으로,동아시아문학에서 다시 세계문학으로 학문의 영토를 넓히며 50권의 저서를 낸 이 시대의 인문학자.그의 학문적 업적은 적극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그것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그의 학문이 ‘수입학에 휘둘리지 않고,자립학의 협소한 시야에서도 벗어나,보편타당한 이치를 밝히는 창조학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한국문학 그 자체에서 세계문학 전반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이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서사민요연구’(1970)에서 ‘세계문학사의 전개’(2002)에 이르기까지 숱한 저서들은 한국문학을 바탕으로 문학의 일반이론을 도출하고자 하는 그의 일관된 관심을 반영한다.

‘천재 교수’로 통하는 그가 지나온 날들을 회고하며 ‘학문에 바친 나날 되돌아보며’(지식산업사 펴냄)란 회고록을 내놓았다.자신이 몸담았던 네 학교(계명대 영남대 정신문화연구원 서울대) 시절을 되돌아보고,그 당시 배웠던 75명의 제자들이 스승과의 학문적 인연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꾸며졌다.

젊은 시절 10년 넘게 근무한 계명대와 영남대 시절을 회고하는 조 교수는 규제보다 자율을 중시한 ‘도가적’ 분위기의 영남대 학풍이 좋았다고 밝힌다.“학문의 세계에서는 아홉 사람이 놀고먹어도 한 사람이 제대로 하면 된다.먹고 놀까 염려해 열 사람을 다 묶어놓고 닦달하면 그 한 사람마저 아무 것도 못한다.” 스스로 가장 빛나는 저서로 꼽는 ‘문학연구방법’(1980)도 속 편했던 영남대 교수 시절 썼고,필생의 업적인 ‘한국문학통사’(전6권)도 그 때 기초를 잡은 것이다.정신문화연구원에 대해서는 일말의 아쉬움을 드러낸다.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잘못된 과거를 청산,학문하는 곳으로 거듭나겠다고 한 지 오래지만 아직 가시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조 교수에게 서울대 시절은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논하고 동아시아문학을 거쳐 세계문학으로 나아간 시기다.

국문학서 세계문학이론 도출힘써

엄한 스승으로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은 제자들의 회고는 시종 긴장과 웃음을 자아낸다.조 교수의 호는 설파(雪坡).“세계에서 청계산을 가장 많이 오른 사람”으로 자부하는 조 교수는 등산 안내자라는 뜻의 세르파를 한역해 그런 호를 지었다.정신문화연구원 시절 제자인 이진오 (부산대)교수의 회고.“설파선생님은 학문세계의 ‘세르파’를 당신의 업으로 자임했다.부지런함이 병이라고 자탄하며 시원찮은 논문을 질타한 적은 많지만 게으른 사람을 비난한 적은 없었다.” “책 읽기보다는 산천유람이 더욱 소중함을 거듭 깨달았다.”는 조 교수는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백지에 그림을 그려나가려 한다.9월부터는 계명대 석좌교수로 활동하며 공개강의도 보다 활발히 해나갈 작정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4-08-20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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