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요약
- 러 매체, 이 대통령 발언 대상 바꿔 보도
- 국내 야권 겨냥 표현을 젤렌스키 비난으로 둔갑
- 한·우 입장차를 갈등 프레임으로 확대
[배틀라인 3줄 요약]
● 러시아 매체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살인자·매국노’ 발언을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말로 둔갑시켜 한·우 갈등을 부각하고 있다.
● 이 대통령은 북한군 포로 한국행을 공개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유감을 표했지만, 살인자·매국노라는 표현은 정부의 비공개 방침을 비판한 국내 야권을 겨냥한 것이었다.
● 양국이 ‘비공개 합의’ 여부를 놓고 맞서는 틈을 타 러시아 매체들은 이를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믿지 못한다’는 주장으로까지 확대하는 모양새다.
● 러시아 매체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살인자·매국노’ 발언을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말로 둔갑시켜 한·우 갈등을 부각하고 있다.
● 이 대통령은 북한군 포로 한국행을 공개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유감을 표했지만, 살인자·매국노라는 표현은 정부의 비공개 방침을 비판한 국내 야권을 겨냥한 것이었다.
● 양국이 ‘비공개 합의’ 여부를 놓고 맞서는 틈을 타 러시아 매체들은 이를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믿지 못한다’는 주장으로까지 확대하는 모양새다.
인공지능 도구로 만든 자료사진. 서울신문
러시아 매체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살인자·매국노’ 발언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으로 재구성해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을 공개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유감을 표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의 표현은 정부의 비공개 조치를 비판한 국민의힘 등 국내 야권을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북한군 포로 송환을 둘러싼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실제 입장차에, 발언의 대상까지 뒤섞어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믿지 못한다’는 프레임으로 확대하고 있다.
러 매체, 李 발언 대상 바꿔 보도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MK)는 25일(현지시간) ‘배신자이자 살인자: 젤렌스키가 한국 대통령을 격분시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살인자’이자 ‘배신자’(한국어 매국노의 번역)라고 직접 비난했다고 단정했다.
매체는 “젤렌스키는 북한군 포로를 한국에 넘겨줬다고 폭로하는 비열한 함정에 빠졌고, 한국 대통령은 젤렌스키를 거침없이 ‘살인자’이자 ‘배신자’라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밀 해제된 정보가 한국 지도자를 몹시 화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통령은 젤렌스키의 지나친 수다스러움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했다.
또한 “한국 지도자는 젤렌스키가 남북 관계, 인명 피해, 국가 이익에 대한 피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홍보를 위해 서둘러 송환을 세계에 떠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러시아 국영미디어그룹 ‘로시야 세고드냐’ 산하 매체인 우크라이나루도 비슷한 보도를 내놨다.
러시아 인터넷 매체 나카누네루는 한 발 더 나갔다.
매체는 ‘한국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살인자이자 배신자라고 불렀다’고 제목을 뽑은 데 이어 “우크라이나의 ‘동맹국’ 중 일부(한국을 의미)조차 키이우 당국과 거래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발언 왜곡을 넘어, 이번 사안을 ‘우크라이나는 우방까지 배신한다’는 논리로 확장한 셈이다.
젤렌스키, 北포로 한국행 공개…한·우 입장차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포로들은 2025년 1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에서 생포된 뒤 한국행 의사를 밝혀왔다. 이후 한·우 양국은 이들의 신병 처리 문제를 협의했고,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의제로 다뤘다.
한국 정부는 포로 본인과 북한에 남은 가족의 신변 안전,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 외교·안보상 파장을 고려해 송환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공개 방침을 한국에 사전 통보했고, 한국 측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 협의 과정에서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한다는 데 대한 양해가 있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24일 엑스(X)에 “북한 포로 국내 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며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했다”며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유감 표명이다.
李대통령 “살인자·매국노” 표현은 야권 겨냥다만 이 대통령의 ‘살인자’와 ‘매국노’ 표현은 별도의 국내 정치 문맥에서 등장했다.
정부가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야권이 문제 삼자 이 대통령은 “국정 지지율 만회에 명백히 도움 될 북한 포로 국내 송환 사실을 공개하자는 내부 주장이 왜 없었겠느냐”며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은 정부의 ‘로키’(low-key) 대응과 비공개 방침을 비판하고 있었다.
러시아 매체들이 이를 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저격으로 재구성한 배경에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실제로 존재하는 ‘비공개 원칙’을 둘러싼 입장차가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 같은 ‘양해’를 비공개 합의로 보는 데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비밀리에 보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라며 한국행 사실만 공개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보좌관 드미트로 리트빈도 “그런 합의는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양측이 같은 협의 과정을 두고도 약속의 성격과 공개 범위를 달리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26일 우크라이나 측의 추가 반박에는 대응하지 않았다. “소식통의 발언에 대해 일일이 구체적으로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당사자의 의사와 국내법·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기존 방침만 재확인했다.
한·우 간 비공개 약속의 성격을 둘러싼 이견은 아직 남아 있다. 러시아 매체들은 여기에 이 대통령의 대야권 ‘살인자·매국노’ 발언까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돌려, 외교적 입장차를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주장으로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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