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건 트럼프? “20년으로 합의보자” 후퇴설…우라늄 협상 문턱 낮췄나

급한 건 트럼프? “20년으로 합의보자” 후퇴설…우라늄 협상 문턱 낮췄나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6-04-14 20:54
수정 2026-04-1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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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라늄 농축 ‘20년 중단’으로 요구 완화”
“이란은 ‘5년 중단’ 역제안”…WSJ·NYT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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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가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본인을 예수 그리스도로 묘사하고 있다. 2026.4.13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가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본인을 예수 그리스도로 묘사하고 있다. 2026.4.13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줄곧 요구해 온 ‘우라늄 농축의 영구 포기’ 대신 ‘20년 중단’이라는 완화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이에 맞서 더 짧은 기간의 중단안을 역제안했고, 협상은 끝내 타결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결렬이지만, 협상의 내용만 놓고 보면 양측이 더 이상 ‘영구 포기’ 여부가 아니라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을 놓고 줄다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영구 포기’서 ‘기간 협상’으로…미 요구 수위 낮아지나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협상에서 미국이 이란에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제재 완화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NYT는 이란 고위 당국자 2명과 미국 당국자 1명을 인용해 이란이 최대 5년 중단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기존 요구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미국은 그간 이란이 우라늄 농축 권리를 아예 포기하고, 원전 연료로 쓸 우라늄도 해외에서 들여오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구 포기’ 대신 ‘20년 중단’이라는 시한부 제안을 꺼냈다. 협상 문턱을 낮춘 셈이다.

‘JCPOA 데자뷔’……트럼프, 다시 ‘일몰 구조’ 협상 틀로양측이 우라늄 농축 영구 중단이 아닌 농축 중단 기간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현재 구도는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파기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JCPOA를 강하게 비판했고, 그 배경에는 이란 핵 프로그램 제약이 2030~2031년 무렵부터 조항별로 단계적으로 풀리도록 설계된 일몰 구조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기간 제한’의 틀 안에서 협상하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 있다. 다만 당시와 완전히 같은 구도는 아니다. JCPOA가 이란의 핵 활동을 일정 수준까지 허용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일정 기간이라도 농축 활동을 전면 중단하는 방안에 가깝다. JCPOA 협상에 참여했던 로버트 맬리는 NYT에 “이란이 몇 년이라도 핵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JCPOA 때보다 더 나은 결과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두르는 미국 vs 버티는 이란…엇갈린 협상 계산미국이 기존 요구에서 한발 물러선 배경으로는 시간 압박이 거론된다. 미국 전쟁권한법(WPR)은 의회 승인 없는 군사행동에 60일의 제한 구조를 두고 있어, 이 시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WPR의 실제 적용 시점과 범위는 행정부 해석의 여지가 있어 이를 기계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란의 계산은 미국과 다를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가 여전히 협상 지렛대로 남아 있고, 미국의 공격 이전인 지난 2월 제네바 협상에서도 유사한 제안을 했다가 거부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역제안 역시 상대의 마지노선을 떠보는 탐색전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두 가지 쟁점…‘농축 중단 기간’과 ‘재고 우라늄 처리’미국과 이란 양측이 우라늄 농축 영구 중단이 아닌 중단 기간을 놓고 다투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역설적으로 아직 타협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은 핵비확산조약(NPT)상 핵연료를 자체 생산할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정 기간 중단에 합의할 경우 국내적으로는 핵 주권을 지켜냈다고 주장할 공간도 생긴다. 2월 제네바 협상과 이번 이슬라마바드 협상에서 이란이 유사한 협상 패턴을 보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 약 440㎏의 처리 방식이다. 미국은 이를 해외로 반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국내 보관을 고수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쓰이지 않도록 희석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후속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핵심 승부처는 ‘얼마나 오래 중단할 것인가’와 ‘이미 확보한 물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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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당국자들은 후속 협상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협상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최근 협상안의 변화는 미국과 이란이 서로 다른 시간표와 압박 요인 속에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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