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우려에 파운드화 7년來 최저…세계경제에 폭풍 우려

브렉시트 우려에 파운드화 7년來 최저…세계경제에 폭풍 우려

입력 2016-02-23 08:23
업데이트 2016-02-2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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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 가능성이 커지면서 파운드화가 7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급락하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브렉시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나 당분간 이 이슈는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파운드화 브렉시트 우려에 급락

23일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이날 뉴욕 시각 오후 5시 기준으로 파운드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파운드당 1.8% 떨어진 1.4150달러에 거래됐다. 파운드화의 일일 낙폭은 2010년 5월 이후 최대였다.

이날 파운드화는 한때 2.4% 밀린 1.405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9년 3월 18일 이후 최저치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브렉시트를 지지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10년물 영국 국채 금리는 소폭 하락한 1.39%를 기록했고, 영국 FTSE100지수는 원자재 가격 반등에 1.5% 상승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다.

브렉시트 우려에 영국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영국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31.33bp(1bp=0.01%)를 나타내 연초 19bp대에서 12bp 이상 올랐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IG의 에반 루카스 시장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브렉시트는 올해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보리스 존슨은 보수당의 차기 지도자로 여겨지고 있으며 상당히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그의 결정은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파운드화가 불확실성 확대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파운드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파운드당 1.15~1.2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이는 1985년 수준이다.

◇ 영국·유럽 경제 타격 불가피…런던 금융지위 흔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과 유럽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일 연구기관 베텔스만은 2030년까지 영국 경제에 GDP(2014년 기준)의 14%인 최대 3천130억 유로(약 427조 4천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에는 브렉시트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보다 더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브렉시트 발생 시 영국 GDP가 앞으로 10년간 매년 최대 1% 가량 줄고, EU GDP는 매년 0.25% 가량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경제에는 교역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중국 경착륙보다 유럽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2배를 넘어설 것으로 경고했다.

SG는 영국 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유로존에서 GDP 성장률이 가장 크게 줄어드는 나라는 룩셈부르크로 성장률은 2.91%포인트가 축소될 것으로 추정됐다.

다음으로 아일랜드(1.03%포인트↓), 벨기에(0.56%포인트↓) 등이 타격이 컸으며, 중심국들의 GDP 성장률은 평균 0.20~0.25%포인트 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당장 영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에 대한 우려로 파운화가 급락 중이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파운드화는 작년 11월말 이후 지난 19일까지 4.97% 하락해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브렉시트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전날까지 낙폭을 포함하면 낙폭은 5%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운드화의 하락은 자본유출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업 비중이 GDP의 7%에 달할 정도로 금융업 비중이 높아 런던의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흔들릴 경우 투자자금 유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상재 투자전략팀장은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금융불안과 시장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고, 투자자금과 노동력 유입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흥종 선임 연구위원도 “영국 진출 외국기업들이 (법인세 최저국가인) 아일랜드 등지로 대거 이전할 것”이라며 이는 “영국의 일자리 감소, 세수 감소 등으로 이어져 경제적 타격이 막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금융시장 ‘엎친 데 덮친 격’…‘퍼펙트 스톰’오나

브렉시트는 전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시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중국의 경착륙 우려, 유가 하락, 유럽 은행 위기 등으로 연초부터 전 세계 금융시장은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여기에 브렉시트라는 악재까지 겹칠 경우 시장의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악재가 만나 전 세계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질 때를 일컫는 말이다.

독일 연구기관 베텔스만은 브렉시트가 유럽에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능가하는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소시에테제네랄(SG)은 중국 경착륙 위험의 2배를 웃도는 영향을 유럽에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곳곳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되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파운드화 가치 폭락으로 유럽 시장을 넘어 세계 금융시장에 파국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브렉시트는 EU 체제 존속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으며, 유로존 성장세가 취약한 상황에서 부실한 유로존 은행들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머서 인베스트먼의 루퍼트 왓슨 자산배분 부장은 영국의 EU 탈퇴는 그렉시트 때처럼 EU 체제에 대한 정치적 분리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운동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영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해 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김위대 팀장은 “스코틀랜드 사태는 심리적 충격만 있었지,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은 없었다”라며 “(브렉시트는) 작년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했던 스코틀랜드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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