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고 떠나고 사재고…美최악 허리케인 공포

문닫고 떠나고 사재고…美최악 허리케인 공포

입력 2012-10-29 00:00
업데이트 2012-10-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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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새벽 델라웨어주 상륙..피해 규모 카트리나보다 클 듯”

미국 동부 전역이 초강력 허리케인인 ‘샌디’의 영향권에 들면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줄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카리브 해역을 통과하면서 최소 66명의 인명을 앗아간 샌디는 28일(현지시간) 현재 미국의 인구 밀집 지역인 동부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샌디는 29일 밤이나 30일 새벽 델라웨어주 해안으로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언론은 샌디를 ‘프랑켄스톰’ ‘슈퍼스톰’ ‘매머드 스톰’ ‘괴물 허리케인’으로 표현하면서 다른 두 개의 겨울 계절성 폭풍과 만나 ‘하이브리드 스톰’이 돼 미국 국토의 3분의 1, 미국민 5천만~6천만명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상 당국도 이 허리케인이 엄청난 폭우와 돌풍, 강한 눈, 해일을 동반하고 동부 해안에서 오대호까지 800마일에 걸쳐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해안 지역의 수백만명에게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라며 강제 소개령을 내렸다.

당국은 특히 샌디가 육지로 올라오는 시점이 바닷물이 높아지는 만조와 겹치면서 피해를 키울 것으로 우려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크레이그 퓨게이트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의 보고를 받고 나서 국민에게 “허리케인 샌디는 아주 심각하고 큰 태풍이다. 매우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허리케인이 어느 곳을 덮칠지, 어느 지역에 가장 큰 영향을 줄지 아직 모른다면서 샌디처럼 서서히 움직이는 허리케인은 복구에 시간이 더 걸리는 만큼 앞으로 며칠 동안은 주 및 지방정부의 지시와 조언을 따르라고 당부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시와 뉴욕주, 코네티컷주, 펜실베이니아주,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 웨스트버지니아주, 켄터키주, 로드아일랜드주 등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뉴잉글랜드 지역에 이르는 모든 주 및 지방 정부가 잇따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샌디는 미국 동부 시간 기준 28일 오전 11시 현재 1급 허리케인으로, 중심부가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 인근 해터러스 곶에서 남동쪽으로 250마일 근방에 있으며 시간당 14마일(22.5㎞)의 속도로 북동진하고 있다.

뉴욕시에서는 575마일 남쪽에 있다.

최대 풍속은 시속 75마일이다.

샌디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지역에는 1피트(30㎝)의 폭우, 시속 80마일(129㎞)의 돌풍, 4~8피트(1.2~2.4m)의 해일 또는 2피트(60㎝)의 강설이 예상된다.

워싱턴DC 시 당국은 29일 시내 지하철과 버스 운행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바람이 애초 예상보다 더 강할 것으로 관측된데다 연방 정부 사무실이 모두 문을 닫기로 한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대중교통 서비스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저지대 주민에게 침수 피해가 예상된다며 대피 명령을 내렸다.

시티아일랜드와 코니아일랜드, 배터리파크 인근 등 해안가 지역 주민 37만5천명이 대상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안가의 저지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의무적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시 공립학교들에도 월요일인 29일 휴교령이 내려졌다.

블룸버그 시장은 일요일부터는 주민들이 공원 등에 머물지 않도록 했으며 기본 생활필수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건축공사 등은 28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뉴욕의 유엔본부도 대변인실 성명을 통해 “최소한 29일 하루 문을 닫을 것이며 이날 본부에서 예정된 모든 미팅이 취소됐다”면서 “본부 폐쇄가 30일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루이스 우첼리니 환경예보센터(CEP) 소장은 특히 뉴욕시의 저지대 범람으로 맨해튼의 지하철 시스템이 물에 잠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뉴욕시를 포함한 뉴욕주 일원의 지하철과 버스, 철도 서비스가 28일 저녁 7시부터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7시 이전에 출발한 지하철 등은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운행하지만 새로 출발하지는 않는다.

쿠오모 주지사는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 열차를 운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이런 서비스 중단 조치는) 주민들이 야외활동을 자제하도록 하려는 뜻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뉴욕교통청(MTA)의 조셉 로타 청장은 대중교통 시스템은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12시간 후에나 다시 가동될 것이라면서 “월요일(29일)과 화요일은 매우 힘든 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들 서비스는 하루 850만명가량이 이용해왔다.

뉴욕 롱아일랜드 사운드 지역의 경우 11피트(3.3m)가 넘는 해일이 일어날 수 있고 홍수 피해도 예상된다고 기상 당국은 경고했다.

암트랙은 워싱턴DC-뉴욕 구간을 포함해 동부 해안으로의 열차 운행 서비스를 일부 중단하기 시작했고 항공사들은 피해를 우려해 공항에서 항공기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월요일인 29일 거래는 계속하되 객장은 폐쇄하고 전자거래(아크라)만 하기로 했다.

뉴욕 증시는 1985년 3월27일 허리케인 글로리아 때 중단된 바 있다.

버지니아주 방위군도 폭풍으로 도로에 나무 등이 쓰러질 경우에 대비해 장애물 제거와 도로 정비를 위해 대기 태세를 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도 29일 모든 공립학교가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학부모들에게 고지했다.

2010년 눈폭풍이 강타했을 때 플로리다주에서 휴가를 즐기다 비난을 산 바 있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전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의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위한 유세를 중단하고 뉴저지주로 돌아가 비상사태를 내린 뒤 허리케인 엄습에 대비하고 있다.

델라웨어주는 5만명의 해안 지역 주민들에게 28일 오후 8시까지 떠나라고 명령했다.

미국 동부 지역 주민들은 휴일인 28일 일제히 가게 문을 닫아걸거나 인근 상점으로 몰려가 물과 식음료, 초, 손전등, 배터리 등 생필품과 기본 의약품을 사재기하느라 아우성을 쳤다.

주유소도 미리 휘발유를 가득 채워 넣으려는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상예보 전문 업체인 애큐웨더의 마이크 스미스는 “샌디가 미칠 파급 효과는 경제적인 손실까지 합쳐 2005년 뉴올리언스를 초토화한 카트리나보다 더 클 것”이라며 피해액이 1천억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샌디의 상륙에 대비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동하고 하려던 29일 버지니아주 및 오하이오주 유세와 30일 콜로라도주 유세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28일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 유세를 포기했다.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도 이날 버지니아주 방문을 취소하고 최대 격전지인 오하이오주 유세에 집중했으며 29일에는 아이오와주와 위스콘신주를 찾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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