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후생성 내부문건서 확인
야스쿠니신사에 A급 전범을 합사한 것은 정부가 관여한 것이 아니라 신사 측이 결정한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가 거짓으로 밝혀졌다.일본 정부는 그동안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전범 합사는 야스쿠니신사의 판단이고, 종교 행위이기 때문에 정부가 합사에 관여할 수 없으며, 정교(政敎) 분리를 규정한 헌법에 반(反)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후생노동성의 전신인 원호청에 근무하던 육군과 해군 출신 간부들이 ‘전범 문제의 조기 완전 해결’을 위해 작성한 내부문서인 ‘업무요지’(1954년)에 정부가 ‘합사’(合祀·한곳에서 제사를 지냄)라는 야스쿠니신사의 근간 영역에 개입해 방침을 정함으로써 전범 합사의 환경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방침은 2차 세계대전 종식을 위한 1951년 9월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직후에 검토를 시작해 1952년부터 1954년분의 ‘업무요지’에 기록돼 있으며, 이 문서는 현재 국립 공문서관에 보관돼 있다. 1954년분 업무요지에는 ‘최종적으로 야스쿠니신사 합사를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으며, ‘여론의 동향과 공적 원호의 진전 상황에 맞춰 순차적으로 무리없이 조치한다.’고 추진 방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1953년 법 개정 이후 1959∼1966년에는 B·C급 전범이, 1978년에는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A급 전범 14명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됐다. 그러나 일본의 최고법원은 일본군 군인 군속을 지낸 한국인 유족 약 25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야스쿠니 합사 취소 소송과 관련 지난해 11월 재판에서 “야스쿠니 합사는 신사가 판단 결정한 것으로 정부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2012-01-25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