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언어·경제격차 통합 시험대에

벨기에 언어·경제격차 통합 시험대에

입력 2010-06-15 00:00
수정 2010-06-1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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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분리독립파 ‘새 플랑드르 연대’ 총선서 제1당 차지

지난 13일(현지시간) 실시된 벨기에 총선에서 북부 플랑드르 지역 분리독립을 목표로 하는 ‘새 플랑드르 연대’(NVA)가 연방하원 150개 의석 중 27개를 차지하며 제1당 자리를 차지했다. 플랑드르 지역에서 29.1%를 득표한 NVA에 이어 더 강경하게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극우 플랑드르이익당(VB)이 12.5%를 득표해 연방하원에서 12석을 차지하는 등 분리독립파가 약진했다. 이로써 다른 언어와 경제력 격차, 남북 지역갈등이 중첩되면서 위협받아 온 벨기에의 국가적 통합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AFP통신은 “NVA가 정치적 지각 변동에 불을 댕겼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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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실시된 벨기에 총선에서 ‘새 플랑드르 연대(NVA)’가 연방하원 제1당에 올라서자 바르트 데베베르(왼쪽에서 다섯번째) 당 대표 등이 선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브뤼셀 AP 특약
13일(현지시간) 실시된 벨기에 총선에서 ‘새 플랑드르 연대(NVA)’가 연방하원 제1당에 올라서자 바르트 데베베르(왼쪽에서 다섯번째) 당 대표 등이 선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브뤼셀 AP 특약
●NVA 150석 중 27석 차지

연방하원에서 과반을 확보하려면 두 언어권 지역의 정당 4개 이상이 연합해야 하기 때문에 NVA가 집권당이 되더라도 당장 분리독립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NVA는 일단 지역정부 자치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벨기에의 구심력 약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정구성이 늦어질 경우 총리도 없는 상태에서 다음달부터 유럽연합 순번 의장국을 맡아야 하는 망신을 당하게 된다.

벨기에에선 북부 플랑드르 지역(인구 650만명) 유권자는 플랑드르 지역 정당에만, 남부 왈롱 지역(인구 400만명) 유권자는 왈롱 정당에만 투표하며 수도 브뤼셀과 인근 지역의 브뤼셀-알레-빌보르데(BHV)에서만 양측에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 투표결과에 따라 인구비례로 플랑드르에 79석, 왈롱에 49석, BHV에 22석을 분배해 연방하원의회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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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방송은 분리주의 정당이 약진한 데는 경제문제와 재정문제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벨기에의 의정활동 대부분은 언어문제와 공공자원 배분을 둘러싼 쓰디쓴 토론으로 점철된다.”면서 “부유한 플랑드르 지역에서는 연방정부가 상대적으로 빈곤한 왈롱 지역에 보조금을 내려보내는 것을 불만스러워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벨기에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9%로 일본(192%), 싱가포르(118%), 이탈리아(115%), 그리스(113%)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AFP통신은 디디에 레앵데 벨기에 재무장관이 “벨기에는 심각한 헌정위기와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플랑드르와 왈롱 두 지역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4개언어·남북 격차 봉합에 주목

1830년 건국 이래 네덜란드어권의 북부, 프랑스어권의 남부, 두 언어가 함께 쓰이는 수도 브뤼셀, 독일어권인 동부 등 4개 언어권으로 갈라진 벨기에의 언어권 분리 역사는 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벨기에 지역에는 왈롱어(프랑스어 계통)를 쓰는 켈트족이 살고 있었지만 3세기 북부지방에서 플라망어(네덜란드어 계통)를 쓰는 프랑크족이 침범, 켈트족은 남쪽으로 밀려났고 이때부터 북쪽은 네덜란드어권, 남쪽은 프랑스어권으로 굳어졌다.

19세기 초 프랑스 나폴레옹의 점령으로 왈롱어가 공식 언어로 지정됐지만, 이미 굳어진 언어 분리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고 1921년 북부지방은 플라망어가 공식 언어로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수도 브뤼셀은 두 언어 모두를 공용어로 채택했다.

남북 간 언어격차는 경제 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지역 반목을 심화시켰다. 14세기 후반 르네상스 시기부터 북부 지방에는 유럽 각국의 귀족 계층이 자리잡으며 상공업이 발전했고 남부 지방은 농업과 광산업에 의지하며 경제 규모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벨기에 정부는 뿌리 깊은 남과 북의 문화 차이를 수용하기 위해 1970년 이후 네 차례에 걸친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를 확대하는 개혁을 단행했지만 첨예하게 대립한 지역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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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박성국기자 betulo@seoul.co.kr
2010-06-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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